2009년 10월 29일 목요일

<파주>, 첫 인상








박찬옥 감독의 신작 <파주>를 보았다. 7 년이라는 긴 공백 탓인지. 이 영화가 감독의 데뷔작 처럼 느껴질 정도인데, 이건 그저 수사가 아니라 <질투는 나의힘>과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찍혀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첫 인상은 그 지독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무척 아름답다는 것이다. 미학적으로 미장센이 좋다거나, 배우들이 아름답게 묘사되었거나 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영화 그 자체가 완성품으로서의 꿋꿋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이야기다.

처음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처제와 형부의 사랑, 혹은 불륜으로 포장했던 홍보팀의 난감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력 없음을 힐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하룻밤 지나고 나니 오히려 홍보팀은 정직한 것이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가 맞다. 보이지 않는, 만져질 수 없는, 내 안에 가둘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의 안 팍으로 거의 완벽하게 조응하고 있었다. 이 영화를 '~에 중요한 한국영화중 하나' 이런식의 수사를 붙여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것은 호사가들의 몫이다. 자신의 이름을 영화에 걸어 어떻게든 무임승차 하려는 욕망이 강한 자들에게 양보하겠다.

아주 오랫만에 나의 온몸과 마음이 격렬하게. 그리고 은밀하게 조응하는 영화를 만났다.

p.s 사진은 마지막 영화를 보고 나와서 아무도 없는 극장을 빠져나와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을지로 쪽으로 걸어가다가 찍었다. 마음에도 눈에도 영화가 선연하게 맺혀버린 것 같다.

최은모(서우)의 언니 최은수 역으로 나오는 심이영이라는 배우가 눈에 쏙 들어왔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집에 돌아와 필모를 검색해 보니 <열혈남아>에도 나왔었고 여기저기 단역 경력이 있다. 그 중 몇 편은 보았는데도 이사람의 얼굴이 기억에 남지 않았다.

 

배우가 자신을 알아보는 감독을 만난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감독에게도 그러 할 것이다. 심이영은 이 영화에서 만개한 꽃 처럼,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결론은, 심이영이라는 배우, 몹시도 좋아졌다는 것. 배우 김호정 이후로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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