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메가박스 해운대에서 있었던 김 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경>의 상영 후 GV를 간략하게 정리했다. 디지털로 촬영된 <경>은 동생을 찾아나서는 여자의 이야기를 씨줄로, 남강 휴게소를 중심으로 떠나거나, 멈추거나, 잠시 머무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날줄로 엮어내는 영화이다. 길위에 선 자의 쓸쓸한 정조가 묻어나는 이 영화는 뚜렷한 이야기 구조 없이도, 탐색의 형태나 구조 그 자체가 다양한 이야기들을 품어낸다. 특히 이 영화에서 디지털 테크놀러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용되고 삽입된다. 최신의 디지털 테크놀러지와 과거를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중첩하는 형태로 다루면서 동시대를 축으로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삶에 대한 감독 자신의 전망을 조심스럽게 관객에게 건넨다. 진행은 감독의 오랜 동료인 영화평론가 허문영이 진행했다.

허문영 (이하 허) : 김 정 선생께서는 이 영화를 만드실 때 지도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모티브 인것 같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일종의 mapper 같은. 일종의 지도에 관한 페티시즘을 드러내신 것 같은데. 지도에 대한 애착과 집착은 어떤 계기로?
김 정 (이하 김): 영화에 지도가 나오는게 좋고, 하다못해 레이더스에서도 지도가 나오는 장면도 좋아하고, 놈놈놈도 좋아했다. 지도가 사실 여성으로서 영화를 만드는데 영화를 만드는것뿐만 아니라 사는데 있어서도 전세대의 여성 주의자, 감독들이 활동을 하지만, 항상 지도와 같은 (전례)가 없다는 생각, 지도만들기가 정신적으로 중요했다. 고대지도에서 내비게이션까지, 지도가 세상을 그려내고 파악하는 것이 매혹적인데. 사실은 제가 지도치다. 오지를 가도 지도 없이 가는데, 실제로는 지도를 전혀 안 읽는데, 이것을 비주얼하게 보는 것을 좋아하고, 벤야민이 말하는 컨스털레이션 Constellation, 배열. 우주의 별자리 같은것. 그것이 중요한 생각의 방식이었다. 이런 생각들이 거의 패티시즘 처럼 보여지는 것 같다.
허 :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떠나고 싶은데 합천 주위만 뱅뱅 돌고, 그런 궤적들이 결과적으로 지도를 그려내는 것 같다.
관객 1 : 영화의 시작점이 있을 텐데, 시작점을 못 찾았는데, 시작은 어디서. 주인공의 어머니의 젊었을 적 사진으로 신일선씨 사진은 (<청춘의 십자로>) 왜 사용했는가?
김 : 시작점은 대부분이 여러개로 시작을 하고 주로 하는 일이 학교에서 가르치고 쓰는 일이라. 비교적 질서 정연한 일이지만, 영화 찍을 때는 풀어 두고 하려고 했는데 혼돈 상태에서 하는 것 같다. 여러개의 윈도우를 늘어놓는 식으로. 그래서 아마 시작점이 분명치는 않은데, 장편 극영화를 다른 것을 준비도 하고, 허문영 선생의 도움으로 이나영을 캐스팅 하려다 실패도 했다. 아마도 흥행을 담보할 수 없는 인간일 것이라고 해서 투자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게 계속 못 찍고 있다가 CinDi 영화제에서 장률 감독님의 중경을 봤는데, 정말 가혹한 이야기를 절제있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가 바로 이 영화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신일선 선생님에 대해선 워낙에 영화 <청춘의 십자로>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이 때 신일선 선생이 등장할 때의 스틸이 우리나라 여배우의 이미지 중에서 가장 강력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신일선 씨의 일생은 영화의 어머니로 설정된 캐릭터와 유사한 삶을 살아서. 국민 배우에서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정도까지 영락한 삶을 살아갔다. 이 배우를 통해 한국 영화 역사의 지점을 불러오고 싶었지만, 재능있고 잘난 딸들이 영락한 엄마를 사랑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했다. 저 역시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나이들어가는 그 이전의 여자들을 사랑할 수 있는가? 이런 생각도 했었고, 궁극 적으로는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있었다.
관객 2 : 남강 휴게소는 알고 있는 곳이었지만, 휴게소 뒷 문의 모습을 몰랐다. 항상 호두과자만 사먹고 나와서 몰랐는데, 그 뒷면을 보여준것은 의도 된 것인가? 아니면 우연히 맞아서 사용한 것인가?
김 : 오랫동안 운전을 해야 하는 생활을 했다. 하루에 10 시간 넘게 운전을 해야 했는데. 경남에 자주 갔었다. 진주의 남강휴게소는 경로에 있는 휴게소는 아닌데, 어느날 우연히 뒤로 가니까 남강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전부터 고속도록 휴게소를 다루고 싶었다. 휴게소는 동시대의 외로움이나 그런걸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고속도로를 야간에 달리면 절대적인 외로움을 느끼는데, 도시에 있는 24시간 편의점도 새벽에 들르게 되면 뭔가라도 억지로 산다. 그런식으로 고속도로 휴게소가 그렇고, 남강 휴게소는 요즘으로 치면 좀 오래된 휴게소다. 이런 약간 개발이 되지 않은 휴게소인데, 그래서 여러개의 시간의 층이 있다. 그래서 선택했다.
허 : ('창')을 연기한 배우에게) 창 이라는 인물이 사진을 찍어도 나오지 않고 그러는데 어떤 인물이라고 설명듣고 어떤 인물로 연기했는가?
창 : 오히려 영화를 보며 궁금해 졌다. 선생께서 창은 바라보는 입장이다. 항상 하신 말씀은 정조를 지키라고 말씀하셨다. 창의 마음을 지켜라. 나는 본래 활발한 성격이고 많이 시끄러운 편인데, 촬영 내내 창이라는 인물은 밖에서 안을, 혹은 안에서 밖을. 그러니까 항상 관찰을 해야 했다.
허 : 감독님께서 보충설명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 : 창이라는 인물은 인물이기도 하고 비존재이기도 하고, 디지털 시대의 조력자, 요정이기도 합니다. 크레딧에도 있는 얼 잭슨 교수가 창이라는 인물의 원안을 제공했다. 창이라는 인물은 정말로 컴퓨터 애니메이터로서 상상력을 (무한하게) 발휘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남성에게 가해지는 업악같은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디지털 시대의 조력자같은 부분이 있다. 배우가 어려운 역할인데 잘 해 주었다.
허 : 양은용씨에게, 사실은 경이라는 인물이 동생의 설명과는 서로 다르게 나온다. 이중적인 요소가 나오는데, 본인의 입장에서 전경은 어떤 쪽 인물인가. 분열적인 편인가, 아니면 자비와 자상하고 연민이 많은 편으로 생각하면서. 어느 쪽으로 촛점을 맞춰서 연기했는가?
양 : 전경이 느끼는 그대로를 진실로 믿고, 후경이 하는 말을 따로 생각했다. 사실 촬영 당시 어떤 말씀하셨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카페에서 찍었을 때 기억을 이야기 하자면, 감독님 께서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설명이나 디렉션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열어주는데, 오히려 굳이 꼬집어서 이건 어떤 것이냐 묻는 것이 우매한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파고들지는 않았다.
관객 3 : 어머님의 죽음 101째 날부터 시작해서 110까지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죽음이 있다. 왜 죽자마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왜 100일 부터 시작외덨는가? 그리고 음악이 전부 여성 뮤지션의 음악이다. 감독님께서 이렇게 선택하신 이유는?
김 : 돌아가시고 100일 째 탈상을 하고 영화의 시간은 전경이 후경을 찾는 순서로 되있는 것 같은데, 동생인 후경은 어머니의 49재를 마치고, 언니는 100일을 마치고 동생을 찾아나선 것이다. 혹은 어머니와 공식적으로 100일의 애도의 시간을 마치고 어머니와 화해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양가적인 시간처럼 느끼게 했다. 실종된 사람을 찾는 것 같지만, 시간을 되짚어서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음악은 정해 두고 시나리오나 캐릭터를 만든다. 예전 다큐를 할때도 니나 시몬의 노래를 결정해서 작업을 했었고. 이번에는 <경>의 주제곡은 장재호 선생이 작곡했다. 이 음악을 들으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그리고 음악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저작권에 대한 걱정 많았지만, 다들 음악을 흔쾌히 내 주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음악 자체가 영화의 대사고 가사고 정조고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했다. 음악을 사용을 허락하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관객 4 : 놀랍게 봤던 부분은 과거 이야기를 하면 최신 이야기를 엮거나 최신 미디어아트를 같이 엮지 않는데. 이 영화는 두 가지가 다 보여진다. 그리고 꿈 이야기들, 이빨빠진 것. 융 적인 모티브, 과거에 대한 이야기 같은 굉장히 전통적이고 원형적인 것들이 나오는 반면 구글 맵이나 최신의 모든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 이런 부분이 놀랍게 보이는데, 보통 이렇게 복합적으로 최신의 어떤 것에 과거의 것을 엮어 낼때, 대부분 과거의 임팩트가 줄어드는데, 두 가지를 어떻게 최신의 것들을 통해 잘 끌어들였는가? 앞으로는 어디에 포커스를 두고 싶은가?
김 : 정신분석학을 하시는 분이라 이해가 남다른것 같다. 이해받아서 기분이 좋고, 앞으로는 조금 더 동시대적이되 약간 더 밑으로 파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치 고분을 파듯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조금전 질문하신 선생님과는 안면이 있다. 예전에 이야기를 하는데 정신분석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어머니와 매듭을 끊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관객 5 : 캐릭터 질문 셋 모두 같은 인물 처럼 느껴졌다. 의도가 있었는지?
김 :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 해주시겠어요 ?
관객 5 : 후경과 경이 같은 대사를 한다던가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 같은데, 한 인물인데 여러가지의 마음의 상태를 반영 한 것인지? 의도? 혹은 인물들 간의 비슷한 정신적 성향을 고려했는가?
김 : 그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경을 중심으로 거울의 앞 뒷면으로 생각을 하고, 자매간의 관계를, 영화를 유토피아 적인 관계로 다루거나 또는 서로 악날하게 다투는 식의 기존의 전형을 피해나가고 싶었다.
관객 6 : 김 정 감독님의 팬입니다. 온아라는 여자에 대한 질문인데요, 이 인물이 영화 속에서 제일 신비로웠는데, 마지막에 사라지고, 그 여자아이가 그려지는 방식이 굉장히 예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아라는 인물은 가장 영화속에서 단단해 보이는 인상을 받았는데, 온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후경이 카메라를 보는 것 처럼 독백하는 합천 세트 장에서의 장면인데요, 알고 보면 옆에 한 명이 더 있는 것인데, 그 장면은 어떻게 왜 찍어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김 : 사실 다른 시나리오에서 온아와 세아가 주인공 (디지털 캐릭터) 인데, 제가 생각하는 온아는 우리나라 서비스직 여성들이 굉장히 많고 중노동을 감수하는데도, 웃음이나 그런 모든 것을 패키지로 노동에 넣어야 하는데, 온아라는 캐릭터는 고속도로 오랫 동안 운전해서 이동해야 하는 생활을 했는데, 그때 고속도로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은 적이 있다. 그 때 매점 여자분에게 우동국물도 좀 달라고 했는데 거기 여직원이 국물 뿐만 아니라 고명까지 정성껏 주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스산한 일상에서 뜻밖의 친절을 만나는데, 모두 힘들고 고된데, 그런 캐릭터에 대해 관심과 호감이 기본적으로 나에게 있는 것 같다. 온아는 서비스 직을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후경이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조감독의 (배지영) 아이디어다. 아예 세트에서 찍는다. 후경이 어머니의 고향이라고 찾아가지만, 그곳은 어머니가 즐겨보는 TV드라마 속의 세트장이다. 그런 부분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관객 7 : 개인적으로 남강 휴게소를 알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 나와서 참 반가웠다. 영화 속에서 창이 휴게소 뒤 쪽에 앉아 있는데 사진 기자가 창을 찍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창은 눈에는 보이지만 카메라에는 찍히지 않는다. 이 장면을 보면서 창은 일종의 시간의 흔적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카메라는 눈앞의 현재를 찍는 것이지 과거를 찍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은 카메라에 잡히질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이 영화에서는 시간이 중첩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영화 속에서의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김 : 시간에 대한 개념이나 느낌은 질문한 분과 비슷하다. 남강 휴계소를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반갑다.
관객 8 : 동생 생각하면서 잘 보았고, 창이 쉽게 어른이 된 남자와 경쟁이 될까라고 독백하는 장면이 있다. 어른이 된 남자에게 '쉽게'라는 의미를 어떤 의미로 사용한 것인지? 그와 반대로 억압된 남자와 경쟁했을 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이유는?
김 : 많은 도움이 있었는데, 그 중에 에니메이터들이 있었다. 여러 팀에서 부탁을 해서 조금씩 받아 작업 했는데 애니메이터 이장익 감독이 창의 그러한 부분을 이야기 해 주었다. 한국에서 자란 에니메이터로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상상력이 제한 받지 않는 일본의 애니메이터와, 한국사회에서는 상상력의 억압이 리얼하게 다가오는 부분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남성의 시점에서 쓴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군대 가산점 문제, 이런 부분이 내제되어 있다. 여성과 남성, 남자들이 억울해 하는 부분. 사회적인 억압을 받게 되는 부분. 한국에서 군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양성평등의 문제는 해소가 어렵겠다 생각한다. 근데 그냥 쉽게라는 것이 아니고.
영화 비평 전문 웹진 네오이마주 동시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