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5일 목요일

칼국수




칼국수

 

뒷산너머훌쩍다가온태풍소식이흉흉한소문처럼떠돌고있는도시한구석에서당신과나는골목을돌고돌아좁은삵월세방거쳐간사람들의기억이문풍지처럼펄럭이는골방에쪼그리고앉아맵고걸쭉한칼국수를먹었지오래된처마끝에서퐁당떨어진빗물이작은연못을만들어그안에송사리들이살고있는마당을내다보면서붉고진득한칼국수를먹었지이맛은어릴적아버지와낚시터에서먹었던수제비가곁들여진감자가동동떠다니는붕어매운탕맛같기도하고서울어디에서나만날수있는희멀건칼국수들바지락칼국수감자칼국수해물칼국수의맛과는전혀닮지않은마치떡볶이국물같기도하고아니국물이아니고밀가루와고추장이황금비율로만나걸쭉한무언가로둔갑해버린것같은이맛은그래서처음먹어보는혀끝을망치로후려치는것같은아주몹시신김치와함께먹는이맛은무어라설명할수없지만또그래서제법아니정말너무맛있는이맛을그래당신이맵고붉고걸쭉하고진득한칼국수를나에게소개해준오늘을나는감사하게될것같아앞으로계속해서시간이그리고기억이희미해지기전까지오래도록이라고말하려했던그순간당신은나에게카메라를들이대었지나는찍지말라고그리고당신은안찍는다고말했지만그거짓말이귀여웠고또나는당신이렌즈를통해서라도그얇고창백한엘씨디창을통해서라도나를건너편에서바라보고있다는사실이행복했어그래서또다시호기롭게혀를망치로후려치는것같은신김치를입안가득집어넣었지그기분을어떤말로담을수있었을까

 

 

 

 

 

댓글 3개:

  1. 아, 매운 칼국수가 먹고싶어진다...퇴근길에 밀가루를 한봉지 사다가...수제비반죽을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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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서울엔 비가 옵니다. 주말엔. 칼국수 해 먹을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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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 글은 이상의 『거울』이란 시를 떠올리게 하네요. 띄어쓰기 없이 읽다보니, 마지막 주체가 칼국수인양 칼국수가 신김치를 먹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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