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8일 일요일

홍대 G&B - 헝가리안 굴라쉬 스튜를 맛있게 하는 집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 어느날 꼭두 새벽에 잠이깨서 내가 친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공통분모를 찾아봤더니 그게 음식이더라. 아무리 이쁘고 잘생기고 성격좋고 돈이 많아도, 음식 앞에서 매력 없는 사람은 싫더라. 잘 먹는 사람만큼 사랑 스러운 인간이 없다. 어디어디 포털의 속칭 파워블로거를 보면 음식점, 맛집 정보를 꼼꼼히 올려서 이집은 뭐가 어떻고 저떻고 미주알 고주알 써놓은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사실 음식점에 사진 찍고 그걸 품평하고 소위 '소비자의 권리'를 '집행'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좀 반발심이 있다. 내가 음식을 만들어 먹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음식을 개차반으로 만드는 집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음식으로 가카 마냥 요령을 피우고 사기를 치는 집이 아니라면 좀 내 입맛에 안 맞아도, 조용히 먹고 일어서는 편이다. 잘 가는 홍대의 라멘집에서 혼자와서 수백만원짜리 카메라 꺼내놓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이 찌푸려지던 경험이 있다. 내 성격도 참 둥글지 못하다. 뭐 눈에 거슬리면 그걸 못 참는다. 그런데 여하튼 진짜 할 이야기는 이게 아니고, 그렇게 남들 씹어댔으면서 오늘 내가 바로 '그 짓'을 했다는 것이다.

원래는 제닥에 가서 글좀 쓰려고 했다가 트윗에 올라온 제닥이 오늘 행사 관계로 4 시 부터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보고는 홍대를 방황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전단지가 잔뜩 붙어있었는데, 쇠고기 야채 스튜와 직접 구운 빵과 버터, 커피가 세트로 3,500 원이라는 내용이었다. 뭔가 궁금해서 기웃거리는데, 아주 인상좋은 (그리고 늘씬하고 알흠다우신) 가게 주인 아주머니께서 무료시식 행사중이라고 하셔서 머쓱하니 들어가 앉았다. 커다란고 길다란 스튜냄비 뚜꺼을 여시더니 달달달 끓고 있던 스튜를 한 접시 푸짐하게 퍼 올리고, 오븐에서 나온 빵과 커피를 바로 내주신다. 사실 이 스튜냄비를 보자마자 나는 이 가게가 맘에 들기 시작했다. 음식 만들기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관련 도구들에 대한 눈은 나날이 높아지는데, 이 스튜냄비는 내가 딱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이즈와 디자인의 물건이었다. 이런 물건을 고를 정도라면, 이 가게, 믿어볼만하다. 뭐 이런 내 맘대로의 상상. 여하튼. 아래는 난생 처음 찍은 음식 사진. 소위 말하는 '싸이월드 컷'. 음식 맛은 따로 품평하고 싶지 않다. 소박하고 솔직한 맛이다.


먹고 나와서 아무래도 아쉬워서 가게 전경을 찍었다. 골목에 있어서 좀 입소문이 나야 장사가 잘 될 것 같다. 아마 개학하면 홍대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3,500 원에 한끼를 아주 배부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참. 토스트도 먹어보라고 주시더라. 그것도 맛있었다. 흙. 배고프네.




참. 장소는 홍대 정문 맞은편 놀이터 스무디 킹 옆 골목이다.



Milk



Milk



오른쪽 얼굴이 울었다.
왼쪽 얼굴은 울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왼쪽 얼굴이
죽어가고 있는 왼쪽 얼굴이
나 여기 있다. 고
오른쪽 얼굴에게 말했다
오른쪽 얼굴이
왼쪽을 대신해서
눈물을 흘렸다.





Milk - 짧은 감상 후기.



친구가 물었다. 영화 감독 한 명만 꼽는다면 누구야? 갑작스런 질문이었는데, 너무 당연하게 구스 반 산트의 이름이 내 입에서 나왔다. 나도 놀랐다. 구스 반 산트라니. 그런데 생각해 보니,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나는 홀린 것 처럼 그의 영화를 찾아 보았다. 처음 시작은 <엘리펀트 Elephant>였다. 콜럼바인 총격 사건을 다룬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구스반 산트가 죽음에 대해 또 찍은 영화가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그 영화가 <게리 Gerry>다. 두 남자가 사막으로 들어가 한 사람은 죽(임을 당하)고 한 사람은 살아 나온다는 간단한 이야기인 이 영화는 여러모로 <엘리펀트>와 짝을 이루는 영화였다. 설명할 수 는 없었지만, 구스 반 산트가 집중하는 죽음이라는 주제가 나를 끌어당겼다. 그 뒤에 만들어진 <라스트 데이즈 Last Days>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영화는 작년에 수입되었다는데, 지금 정부의 촛불 알러지가 상상을 초월하는 관계로 개봉을 미루고 있다는, 왠지 납득이 되는 카더라 통신이 있었고, 아카데미 수상을 맞추서 개봉할 것이라는 조금은 논리적인 듯한 소문도 있었다. 나는 촛불 알러지 때문이라는 쪽을 더 믿는 편이다. 좀 유난스러워야지.

여하튼 개봉된 <밀크>를 보았다.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쿨하게 사는게 좋다고는 하지만, 스폰지 하우스는 멀쩡한 4:3 비율의 영화를 1.85 : 1 로 아래위 다 잘라내고 상영했던 전적이 있었던지라, (게다가 그에 대한 변명도 지금의 영진위 만큼이나 무책임하고 촌스러운 수준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먼저 한 일은 IMDB 를 뒤져서 이 영화의 화면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게리>, <엘리펀트>, <라스트 데이즈>가 케이블 채널인 HBO의 제작지원을 받은 관계로 4:3 으로 촬영되었고, 아마도 그 때 나름대로 4:3 화면비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는지 그 다음 작품인 <파라노이드 파크 Pranoid Park>도 4:3 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의 화면을 가득 채우는 소년의 클로즈업은 성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내심 <밀크>도 하비 밀크라는 게이 운동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만큼 역시 4:3 으로 찍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사실 <파라노이드 파크>를 보면서 공공연히 커밍 아웃한 게이 감독이 이제는 미소년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가득한 탐미적인 자신만의 세계로 퇴장하려고 준비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한 상상을 했다. 이 영화는 의도하지 않은 살인을 저지른 소년이 자신의 세계에 균열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 소년에서 어른의 세계로 건너가는 바로 그 문턱 앞에서 멈춰선다. 흔히 '죽음 3 부작' 이라는 앞의 세 작품들에 대한 아주 멀리 떨어진 고별사 같은 것이 이 영화가 아닐까를 생각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 다음, 구스 반 산트는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를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 의문에 대한 답을 <Milk>에서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2010년 2월 27일 토요일

구두







이태원을 지나가는데 구두 한 켤레가 곱게 놓여져 있었다.
구두의 주인은 어디 갔을까.
벼랑 같은 세상,
가벼이 맨발로 뛰어내렸을까.



푸른달



푸른 달

너를배웅하며나선길위에서사람들은희미한저녁불빛처럼어슬렁거리고있었지너는자꾸만낮게침묵하는담벼락에맺히는그림자들을피해발걸음을옮기고있었어너는이상 한날의소풍에대해나에게이야기했고내가알지못하던책과내가알지못했던시간들과내가가보지못한곳의풍경과또다른사람들의한숨과웃음에대해이야기했어너는나를 오른쪽으로듣고있었지나는너에게왼쪽얼굴로이야기했어우리는볼과볼을마주하고있는멀리떨어진신화속의진자웅동체처럼말이없었지날개라도돋아오른것처럼훌쩍 서울을빠져나가는마지막버스에올라타면서너는슬쩍뒷머리를흔들었어버스속의사람들은오래된통조림속의생선들처럼순해빠진얼굴을하고있었지나는생각난듯이내 귀에손을건네오던너의모습을기억해나는두꺼운겨울의커튼처럼내려오던너의눈꺼풀을기억해나는수줍게매달려있던유리로된푸른달을기억해.





茫願




茫願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쇄골 바로 위에서부터 그 아래로
주욱
낭심 바로 위까지 좌악
몸통을 열어 투두둑
단단히 잠긴
오래된 겨울 외투의
단추를 뜯어내는 것처럼 그렇게
끄아아아악
터져 나오는 비명을
참아야 해
억지로 눌러서 피가
흐르는 입술을
흐르다 터져서 거품이 송골 맺히는
목줄기 아래로 나를
활짝 열고 그 안에
심장, 췌장, 쓸개, 간, 위장, 몹쓸 맹장까지
모조리
바깥으로 휑하니
들어내고 싶은 충동을 견디지 못해
그 격렬한 떨림을
감당하지 못한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때 까지.
그렇게

그럴 수 있다면 정말로
그럴 수 있다면 조금은
가벼워 질 수 있을까.
헛헛한 뱃가죽 두들기며
시원한 웃음 웃을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그런 생각을
품었던 저녁이면
꿈을 꾸었다.

세상이 온통 젖었는데
바다는 젖지 않았다
바다에 간 나는
바다를 적셨다

바다에게 나의
이야기들을
모두 말해 주었다.



경비병



경 비 병

1915년 12월 23일, 시마 콰트로
살해당한 동지,
그의 으르렁거리는 입,
만월로 향해 있고,
그의 부어오른 두 손
나의 침묵 속으로
들어오는데
그 곁에 온밤을 꼬박
납작 엎드려
나는 사랑 가득한
편지들을 썼다

내가 삶에
그토록
꽉 매달려본 적이 없었다.



- 주세페 웅가레티 (Giuseppe Ungaretti, 1888 ~ 1970)







2010년 2월 26일 금요일

한다협 + 시민영상기구 공동 기자회견

 

 

 

어제 한다협과 시민영상문화기구가 자처한 공동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 두 단체를 두고 일어나고 있는 영화계의 불만과 의혹에 대한 해명을 하시겠다는 자리인데, 결국은 더 지리멸렬해졌다. 궁금하다. 이사람들이 일부러 바보짓을 하는 것인지, 아직 충분히 서로 쿵짝이 안 맞아 그러는 것인지. 정말로 궁금하다. 기사의 내용을 보자면.

 

문화미래포럼과 시민영상기구는 별개의 단체라고 주장하며 "인적구성에 중복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인적구성도 조직의 목적도 전혀 다르다"

 

- 이 말씀은 그러니까, '난 애니도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하고 플라모델도 좋아하고 미소녀 그룹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전부다 꿰고 있지만 오덕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것이나 다름없다. 더 웃긴것은,


기자회견문에 첨부해 배포한 시민영상기구 측 사업계획서에도 이사장부터 이사, 소장, 사무국 팀장 등 인적구성을 설명하는 파트에는 각 인물들의 경력만 나열돼 있을 뿐 이름은 모두 빠진 상태. 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지만 장원재 이사장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 라는 부분. 이분들께서는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의 철학을 계승하시려고 안간힘을 쓰시는 것으로 보인다. 무슨 공공기관의 사업에 프라이버시가 중요한지 모르겠다. 혹시 DC 갤러들이 신상 털러 들어갈까봐? 더 점입가경은.


또한 "미디어센터가 원래 퍼블릭 액세스와 시민의 영상향유권,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곳인 만큼 운영철학을 밝혀달라"는 질문에는 엉뚱하게도 "미디액트가 제대로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아 운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 미디액트가 서류는 물론 장비도 제대로 넘겨주지 않은 데다 회원들이 선납한 교육비를 제대로 돌려주지 않아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 장원재 이사장은 기자회견 내내 미디액트를 탓하며 "(미디액트 측이) 실질적으로 업무 인수인계를 거부하고 있다"

 

-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전정권이 인수인계를 거부했다. (사실은 인수위가 제대로 넘겨받은 인수관련 자료를 '필요없다'는 이유로 거들떠 보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 며 오리발 내밀던 분들과 똑같다. 가카께서 그러니 나도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여러모로 국민들의 모범이 되시는 가카이시다.

 

이어지는 내용은 프레시안 김숙현 기자의 기사 전문을 읽어 보시길. 도대체 어떻게 기사를 써야할지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었다는 소회를 전하시는 김숙현 기자의 고민이 기사에서 묻어난다. 눈물 없이는 못 볼 지경이다.

 

 

 

2010년 2월 25일 목요일

호부호형을 허하라

 

 

 

안티이명박 수석부대표 초심님이 사무실에서 11시 10분경 글을 쓰던 중 경찰에게 긴급체포 되어서 강남경찰서로 연행되었다고 한다. 체포사유는 대한문 분향소를 침탈했던 서정갑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한다. 서정갑은 故 노무현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탈취해 가져가서는, 마치 적장의 수급을 들어올리는 장수마냥 의기양양하던, 썩은 눈깔을 '맥아더 라이방'으로 가리고서는 거들먹 거리던 인간이다. 아니 개새끼에게 개새끼라 했을 뿐인데, 좆같은 새끼에게 좆같은 씨발새꺄라고 했을뿐인데, 그게 명예훼손이라니. 그 따위 개차반 짓을 하고 다니는데 인간 취급 받기를 바랬나? 어차피 '내 손에 피를 뭍히겠다'는 고귀한 생각으로 저지르신 일 아닌가? 그렇다면 명예 따위야 훼손 되어도 감수를 하셔야지.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낭만주의

 

 

낭만주의

 

저 변산반도의 사타구니 곰소항에 가면
바다로부터 등 돌린 폐선들,
나는 그 낡은 배들이 뭍으로 기어오르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뭣이? 바다가 지겹다고?
나는 시집을 내고 받은 인세를 모아서
바다에 발 묶인 배 한 척을 샀던 것이다

 

세상에, 아직도 시를 읽는 사람이 있나, 하고
너는 마치 고장난 엔진처럼 툴툴거리겠지
하지만 말이야, 배를 천천히 뭍으로 올려놓는 순간,
그 어둡던 바다도 배도 단번에 환해졌단다
그때 덩달아 끼룩끼룩 울어준 것은 갈매기들이었고

 

너는 이해할 수 없다고, 바다만 바라보겠지
나는 배를 데리고 갈 방도를 생각하느라
이십 년 동안이나 끙끙대며 시를 쓴 것 같다
배를 분해해서 옮기는 일은 재미가 없을 테고
트럭 짐칸에다 배를 통째로 태우는 건 더 우스꽝스런 짓이지

 

그래서 밀고 가기로 한 것이다
귓불이 연하고 빨간 아이들이 조기떼처럼 재잘대며 배를 따라왔던 거야
생각해봐, 여러 개의 손들이 한꺼번에 배를 민다고 생각해봐
배도 힘이 났던 거야

 

국도를 타고 가다가
지치면 미끄러운 보리밭으로도 가고....
배를 밀고 가는 나를 보았다면, 너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핑계를 대거나, 미친 짓이라며 손가락질했겠지
나는 배를 잠시 멈추고 네 귓구멍이 뻥 뚫리도록 뱃고동을 올려주었을 거야
詩를 읽는 시간에 자신을 투자할 줄 모르는 인간하고는
놀지 않겠다, 절교다, 하고 말이야

 

나는 장차 배를 밀어 산꼭대기에 올려놓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배를 산꼭대기로 밀고 올라가느냐고 ?
다 알고 있겠지만, 나는 시인이거든
내가 항해사였다면 배를 데리고 수평선을 꼴깍, 넘어갔을거야

 

 

 

안도현 詩集, <아무것도 아닌것에 대하여>

 

 

 

 

2010년 2월 24일 수요일

공모되어야 하는 것은 영진위의 정책이다.



[성명서] 전문

"공모되어야 할 것은 영진위의 정책"
-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 공모사태와 관련하여 -


1.
2010년 벽두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일방적인 '공모' 집행으로 영화계는 큰 몸살을 앓고 있다.

영 진위(위원장 조희문)는 독립영화전용관/영상미디어센터/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공모를 통해 운영주체를 교체하고 있다. 이미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는 형식적인 공모 절차를 거쳐 교체가 완료되었으며, 시네마테크전용관은 공모접수를 마쳤지만 지원자가 없어 유찰된 상태이다.

그야말로 '사태'로까지 비화된 이번 공모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공정성과 투명성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공모사태에 대한 조희문 위원장의 대응은 공모 자체의 문제를 넘어 영진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를 초래할 정도이다. 오히려 공모되어야 할 것은 영진위 정책이 아닌가 할 정도로 조희문 위원장과 영진위의 행보가 우려스럽다.

2.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 지원사업은 말그대로 '지원'사업이다. 오랜 기간 영화인들이 추진해 왔던 사업들을 영화 진흥을 위해 영진위가 그 필요성과 중요함을 인정하고 지원해 왔던 것일 뿐이다. 비록 법적, 행정적인 표현이 '위탁'사업이라 할지라도, 그 어떤 것도 영진위의 소유물이 아님은 명백하다.

따라서 적어도 공모를 추진하려면, 지원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요건과 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했다. 하지만 영진위는 단지 공모만을 진행했을 뿐이다.

해 당 사업들의 기존 주체들이 법적으로 수탁자라는 이유만을 들어 '사업 자체'를 공모한 영진위의 정책 결정은 지원이 아닌 소유로 해당 활동과 사업을 이해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산의 일부를 지원했고, 그 예산을 기반으로 사업이 진행되었으니, 영진위가 사업 공모를 집행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입장을 영진위가 밝힌 것("공모 절차 하자 없다", 2010.02.22)은 이러한 역발상의 사후고백에 다름 아니다. 이렇듯 오만한 발상은 '내 돈 내 맘대로'라는 악덕기업이나 다를 바 없는 행태이다.

공공기관 으로서 영진위가 새로운 정책 결정, 특히나 기존 사업에 대한 변경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변경을 통한 사업의 목표와 기대효과, 정책집행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합리적 집행계획을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민간위원회로서 영진위는 무엇보다도 영화인들과의 소통을 통한 합리적 정책결정을 우선시해야 한다. 특히 이번에 공모된 '사업'의 위상과 목표를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또다른 사례로 현재 문제제기되고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사안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번 공모사태와 관련하여 절차적 적법성 문제 이전에 영진위, 특히 조희문 영진위원장이 드러내 보인 태도는 바로 위와 같은 영진위의 본질적 위상과 역할을 망각한 처사임이 분명하다.

3.
공 모의 구체적 상황과 관련하여, 영진위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적 의도나 이념으로 몰아 부칠 일은 아닌 것"이라며 "많은 왜곡"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왜곡'이 안타깝다면,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를 진행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면, 그 사실을 공개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독립적인 사업을 병합하여 심사한 이유, 심사위원 선정, 심사세칙의 규정력, 심사과정상의 논의 경과, 심사결정과정에서의 위원회의 개입, 제출서류의 법적 타당성 등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어느 하나 설득력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다못해 스스로 인정하는 "영진위 실무진의 미숙한 점"이 무엇인지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왜곡을 탓하기 전에, 논란을 안타까워하기 전에 왜곡과 논란이 무엇인지를 밝히지 못하고 있는 영진위와 조희문 위원장이 문제이다.

이 와 같은 무계획, 무원칙, 불공정으로 공모가 진행된 위탁사업의 폐해는 이미 드러나고 있다. 현재 영진위의 위탁으로 새로 운영되고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루 사태가 그것이다. 영진위가 한국영화아카데미 감독들의 작품을 감독의 동의없이 해당 상영관에 상영토록 허락하고, 해당 감독들은 영화를 상영하지 말라고 시위한다. 이것이 영진위가 영화를 그리고 영화감독을 나아가 영화계를 대하는 태도인 것이다.

4.
독립영화전용관과 인디스페이스, 영상미디어센터와 미디액트, 시네마테크와 서울아트시네마는 영화인들의 역사속에 존재하는 주체이며 관계이다. 그 관계가 의미하는 바는 그것이 그저 영진위 진흥사업의 한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 시네마테크는 한국영화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초이자 뼈대이다. 기초가 흔들리면 본체가 무너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의 사태가, 그리고 영진위가 내놓은 입장들이 의미하는 바는 그 기초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으면서도 그 행위가 초래할 결과를 애써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현재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정한다면, 종국에는 한국영화의 미래 또한 암울할 것이다.

사태가 단지 진정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영화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진위가, 그리고 조희문 위원장이 정말 한국영화를 사랑한다면, 한국영화의 앞날을 생각하고 걱정한다면, 즉시 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영진위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이에 대한 영화인들의 바람은 다음과 같다.

-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이미 결정된 공모는 원점에서부터 재검토되어야 한다.
- 시네마테크 지원사업 공모는 즉각 철회되어야 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원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영화인들은 현재의 사태를 정상화하기 위해 모든 노력과 결단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한국영화의 미래 기반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2010년 2월 24일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영화인회의 · 여성영화인모임
영화감독조합 · 미술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 독립영화협회





나쁜일은 자꾸만 반복된다.

 

 

 

자칭 '제 1 독립영화관'이라는 한다협의 상영관 시네마루에서 독립영화 감독들의 보이콧이 이뤄지자. 이에 한발 빼는 척하면서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들을 무단 상영하고 있다. 이른바 땜빵 상영이 되는 것인데, 영진위에서 제작 지원을 했기 때문에 저작권 행사는 합법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한예종 쪽에도 작품을 지원해줄 것을 통보했다고 한다. 그간 한독협에서 열정을 다해서 일구어온 국내의 독립영화계의 훌륭한 자양분을 망치는 것은 이렇게 한 순간이다. 웃기는 것은 영진위가 지원 중단을 결정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활동이 위축된다면, 이들이 날로먹듯이 가져다 상영할 작품의 수급처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식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말로는 20 년 ~ 30 년을 내다보는 결단이라고 말씀하시는 대통령 자신이 먹튀 대통령이니 그 비슷한 인물들과 단체들이 여기저기 창궐하고 있는 것이다. 시네마테크 사태는 어떻게 본다면 아주 큰 그림의 일부분일지도 모른다.

 

- 김연아의 경기를 기다려 팔당 상수원 두물머리에 경찰 병력 900 여명을 동원해서 토지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섰다. 4 대강 사업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졸지에 삶의 터를 잃게 되었다. 이들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공무집행 방해죄로 잡아 들이고 있다.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진다. 용산이 그랬고 미디액트가 그랬고 한예종이 그랬다. 나쁜일은 자꾸만 반복된다.

 

 


 

아니다, 인간이다.

 

 

자신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밝힌 상현은 태주의 집으로 찾아간다. 아직은 상현이 뱀파이어라는것을 두려워 하는 태주는 그에게서 도망가려고 한다. 도망가려는 태주를 상현은 화장실 한 구석으로 몰아붙이고 자신을 이해할 것을 종용한다. 이때 화면 왼쪽의 거울에는 상현의 모습이 비춰진다. 뱀파이어는 거울에 반사되지 않는다. 뱀파이어는 그림자가 없다. 이것은 뱀파이어 전설(장르)의 아주 오래된 '전통' 이다. 뱀파이어가 인간이 아닌 (어쩌면 유령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거울에 모습이 비춰지지 않거나 그림자를 지니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다시 옮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장면에서 거울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누구인가 ? 그것은 상현이 아니라 태주다. 이 장면을 단순히 태주의 위치가 거울에 비춰질 수 없는 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왜 거울 속에 두 사람은 함께 비춰지지 않아야만 했을까? 왜 이 장면에서 우리는 두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을 보아야만 했을까? 거울에 비춰진 상현은 누구(무엇)인가 ? 그리고 거울 바깥의 태주는 또 누구인가?

뱀파이어는 육식 동물(?)이다. 뱀파이어는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는다. 뱀파이어는 마치 여우가 닭을 잡아 먹듯 인간의 피를 마신다. 중요한 점 한 가지. 뱀파이어는 결코 희생물의 '살'을 먹지 않는다. 오로지 피를 빨아 먹을 뿐이다. 피는 생명의 정수다. 그러므로 뱀파이어가 피를 빠는 것은 식욕 때문이 아니다. 이것은 살고자 하는 격렬한 욕구, '갈증 thirst' 이다. 그림자도 남지 않고, 거울에도 비춰질 수 없는, 죽어있는 자인 뱀파이어가 어떻게든 현재를 살아가려는 욕망, 지금 여기에 살아있기 위해, 두 눈을 멀게 할 정도로, 희생물의 생명을 찾아 내미는 두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격렬한 욕망인것이다.

그렇다면, 상현은 정말로 '뱀파이어'인 것일까? 이 지점에서 박찬욱은 일종의 뱀파이어에 대한 존재론적 정의를 시도한다. 상현이 거울에 비춰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행동이 존재론적으로 인간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현이 흔히 말하는 '휴머니즘'이 가득한 뱀파이어라고 오해는 하지 말자. 그는 여전히 뱀파이어다. 그런데 그는 인간인 척 행동한다. 포식자로서의 능력과 자격을 지녔으면서 그것을 낭비한다. 자살자들의 피를 빨면서 그들의 죽음을 도와 주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고 태주를 설득하려한다. 그는 뱀파이어로서의 조건 혹은 상태가 아닌 뱀파이어로서의 태도를 문제의 중심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대한 자가당착. 차라리 뱀파이어가 아니라 인간이다. 라고 말하자.







2010년 2월 23일 화요일

대중영화 경계의 확장과 유희

 

 

대중영화 경계의 확장과 유희
-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의 2000년 개봉작 3 편에 대하여.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이름 표기는 가나다 순)는 소위 흥행성과 작가성을 겸비한 감독으로 평가 된다. 적어도 본전치기 이상의 티켓 파워와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평단'의 호응과 관심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들의 출발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2000 년은 언급한 세 감독의 작품이 (어쩌면 공교롭게도) 모두 개봉된 해이다. 김지운은 <조용한 가족>(1998)이후 2 년 만에 송강호를 주연으로 내세워 <반칙왕>을 발표한다. 박찬욱은 <공동경비구역 JSA>로 강제규의 <쉬리>(1998) 이후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다. 그리고 봉준호는 데뷔작 <플란더스의 개>을 내놓는다.

 

지금은 모두 독특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이 세 감독들은 당시로서는 비대중적인 요소들을 대중적 감성의 안쪽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 영화 잡지들에는 '김지운식 유머'라는 신조어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굳이 해석을 곁들이자면 좀 썰렁한 것 같은데 피식하고 웃게 되는, 웃음의 포인트가 엉뚱한 곳에 던져지는 것인데, 이러한 특징은 데뷔작인 <조용한 가족>에서 잘 드러난다. '학생은 인생을 아느냐'는 자살자의 질문에 '저 학생 아닌데요' 하는 식이다. 차기작으로 발표한 <반칙왕>역시 다르지 않다. 가면을 쓴 대호(송강호)가 아버지(신 구)에게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려는 장면의 비장함은 '나이 값을 못한다'며 타박하는 아버지의 돌발행동 때문에 유야무야 넘어간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The Host>(2006)이 까이에 뒤 시네마에 소개 되었던 기사의 제목은 '삑사리의 예술'이었다. 그러나 정작 '삑사리'의 대가는 따로 있었다. 바로 박찬욱 감독이다. 그는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1992)으로 영화평을 잘 쓰는 사람이 반드시 영화도 잘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이어진 <삼인조>(1997)로 박찬욱의 감성은 한국 시장에 별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재차 증명한다. 박찬욱의 영화는 지나치게 산만했다. 주제가 보이기는 하는데, 따라가기엔 뭔가 숨이 가빴고 불친절했다. 외형적으로 필름 느와르의 변형처럼 보이는 <달은 해가 꾸는 꿈>이 딱 그랬다. 어쩌면 배창호의 <고래사냥>(1984) 혹은 이장호의 <바보선언>(1983), 이명세의 <개그맨>(1988)의 다른 판본으로도 보이는 <삼인조>역시 다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고래사냥>과 <바보선언>은 같은 1984 년도에 개봉한다.)

 

봉준호의 <플란더스의 개>는 이러한 '비주류적인 감수성'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유희한다. 후드티의 모자끈을 질끈 당겨 묶고 아파트 옥상을 달려가는 현남(배두나)의 뒤 쪽으로 노란색 우비를 입고 환호를 하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의 모습은 TV 애니메이션 <딱따구리>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로 나무통을 타고 뛰어내리는 딱따구리에게 환호하는 관광객들의 우비 입은 모습과 거의 유사하다. 교수가 되기를 원하는 시간강사의 좌충우돌을 다룬 이 작품은 97 년 IMF 이후 '초라한 남성'을 다루는 영화의 유행에 편승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손쉬운 위무를 건넴으로써 대중의 호의를 갈구했던 영화들과는 다른, 어쩌면 조금은 불편한 영화였다. 그렇다고 해서 <플란더스의 개>를 전복적이라는 수사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첨예할 수 있는 소재를 슬쩍 비껴선,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시선으로 비아냥거리듯 묘사하는 봉준호의 영화는 애초에 편안한 대중영화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삼인조> 이후 3 년 뒤 박찬욱은 <공동경비구역 JSA>를 내놓는다. 그 전까지의 박찬욱 의 영화를 기억한다면 생소할 수도 있는 이 영화는 분단이라는 극한 상황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발하고 독특한 블랙 코미디를 보여주었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제작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의 '정부 지원은 최대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간섭은 최소화'라는 기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일이란 없지만, 당시 김대중 정권의 햇볕 정책에 기인한 일종의 '해빙 무드'가 아니었다면 <공동경비구역 JSA>가 유사한 소재의 (그러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루었던) <쉬리>의 흥행기록을 갱신 하는 것은 불가능 했을지도 모른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직접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가 지난 세대의 잔유물인 '군사분계선'을 무대로 벌이는 일종의 환상극이다. 군사 분계선은 적과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현실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가상의 장소이다. 철조망 건너편에서 날아오는 총알은 진짜 총알이지만, 그 총알이 발사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정치도, 체제도 아닌, 전 세대에서 지금 세대로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물려받은 유산이다. 

 

김지운의 <반칙왕>은 무기력한 회사원이 프로레슬링을 통해 자신감을 찾으려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방법은 바로 반칙을 하는 것, 그것도 '반칙왕'이 되는 것이다. 유비호 (김수로) 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대호는 어떻게든 이기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링 위에서 대호의 캐릭터는 바로 '반칙왕'이다. 반칙왕이 이긴다 해도, (반칙을 했다면) 그것은 진짜 승리가 아니다. 대호의 승리는 경기의 룰을 무시하고 파괴해야 얻을 수 있다. 내가 합의하지 않았던 (이미 당연하게 제시된)룰을 무시할 것인가, 아니면 순응 할 것인가. 이 영화의 결말을 보면 아마도 김지운은 슬쩍 유보하기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후일담 같은 마지막 장면에서 대호는 '최종보스'인 부지점장(송영창)과의 결투에서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진다.

 

<플란더스의 개>에서 우리는 아주 무기력한 지식인 남성 주인공을 본다. 그는 아내의 퇴직금으로 교수직을 청탁하려고 한다. 요즘 '떡찰'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검찰과 '3 대 유력 일간지'들이 열심히 유행시키고 있는 '달러로 비자금 찔러주기'를 영화 속 고윤주(이성재)가 알았다면 좀 더 폼 나게 청탁을 성공했을지도 모르는데, 이 남자는 우직하게 케익이 뭉개지건 말건 박스에 만 원짜리 현금 다발을 우겨넣는다. 정당한 절차가 아닌 금품이 오가는 청탁이 필요한 영화 속 '교수 사회'도 한심하지만, 아무런 노력도 없이 아내가 가져오는 돈만 있으면 지금의 현실적인 곤란함이 해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주인공 역시 한심하다. 봉준호의 이러한 시선은 어쩌면 양비론으로 빠져버릴 위험도 있었지만, 어쨌든 심각하게 편파적이거나 틀린 묘사는 아니었다. 

 

어쩌면 무리가 따를지도 모르는 세 감독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두고 이야기가 가능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2000 년에 개봉했던 세 감독의 작품들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희미한 사진으로만 존재하거나(공동 경비구역 JSA), 혹은 잔소리 많은 어머니처럼 여성화된 아버지의 모습이거나(반칙왕) 아버지 세대의 규칙에 어쨌든 순응하기 위해 애쓰는 (플란더스의 개) 인물들을 통해 드러난다. 이 영화들은 단순히 젊은 세대와 아버지 세대의 불화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통과제의를 겪는 인물들을 보여줌으로써 그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재를 조망하는 시각을 제시했다.

 

불화가 일어난 상황을 제시하고, 결국에는 그 불화를 딛고 화합을 한다는 식의 이야기 구조는 대중영화 화법의 주요한 방식이다.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의 영화들은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러한 대중영화 화법의 규칙 상당부분을 벗어난 지점에서 자신들의 근거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전의 영화들과 변별점을 가진다. 이들의 영화는 어떠한 형태로든 규정지어진 경계를 허물거나(안티 히어로 주인공의 실패담, 반칙왕), 확장하거나 (만화적 상상력과 표현의 도입, 플란더스의 개), 또는 이제는 조금 덜 곤란해진 질문(JSA, 분단 상황의 당위성)을 통해 찔러 들어옴으로써 대중영화 작법의 형질 변경을 시도했다.


 

네오이마주 오프라인 4 호 특집

 

 

 

2010년 2월 22일 월요일

2010 인디다큐 페스티벌



[ 인디다큐페스티발2010 국내신작전 상영작 발표 ]


인디다큐페스티발2010 국내 신작전 상영작이 결정되었습니다.


2010년 1월 4일부터 1월 22일까지 진행되어진 공모를 통해 접수된 총 58편의 작품

(장편 13편 / 단편 45편) 가운데 프로그래머들의 공정한 논의를 통해 선정되었습니다.


최종 상영 작품은 25편으로 장편 9편 / 단편 16편 입니다.


이 작품들은 3월 26일(금) ~ 4월 1일(목) 인디다큐페스티발2010 국내신작전 통해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작품 공모에 참여해 주신 모든 감독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 보여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인디다큐페스티발2010 국내신작전 상영작 (가나다순)


[장편]

<개청춘> 여성영상집단 반이다 / 2009 / DV / Color / 83분

<꽃다운> 장희선, 김진상 / 2009 / DV / Color / 61분

<대추리에 살다> 정일건 / 2009 / DV / Color / 83분

<땅의 여자> 권우정 / 2009 / HD / Color / 95분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홍지유, 한영희 / 2009 / DV / Color / 117분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 조세영 / 2009 / DV / Color / 72분

<오체투지 다이어리> 지금종, 최유진 / 2009 / HD / Color / 83분

<쿠바의 연인> 정호현 / 2009 / DV / Color+B&W / 93분

<호수길> 정재훈 / 2009 / Beta / Color / 72분


[단편]

<그 날 이후,> 김주현 / 2009 / DV / Color / 26분

<나의 길 위에서> 하샛별 / 2010 / HD / Color / 38분

<내 청춘을 돌려다오> 김은민 / 2009 / DV / Color / 35분

<명소> 김민지, 조샛별, 허철녕 / 2009 / HD / Color / 33분 15초

<미얀마 선언> 최신춘 / 2010 / DV / Color / 31분

<방, 있어요> 석보경, 정동욱, 장경희 / 2009 / DV / Color / 21분 33초

<수현 지현> 박정회 / 2009 / DV / Color / 23분 30초

<시야 미안하다> 김휴리 / 2009 / DV / Color / 21분 16초

<역사(歷寫)> 나들 / 2009 / HD / Color / 3분 52초

<자기만의 방> 심민경 / 2010 / DV / Color / 8분 32초

<조금 불편한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0.24> 임덕윤 / 2009 / DV / Color+B&W / 33분

<행복한가요?> 정혜은 / 2009 / HD / Color / 48분 11초

<현기증 ver1.0> 노경태 / 2010 / DV, HD / Color / 12분

<In the cold cold night 03_repeat mark> 기채생 / 2009 / DV / Color+B&W / 31분
<Inter View> 미영 / 2009 / DV / Color+B&W / 32분

<mistranslation> 김보형 / 2009 / DV / Color / 12분


 

인디다큐페스티발2010 국내신작전 선정 프로그래머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나다순)


안정숙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현 영화인)
오정훈 (미디액트 교육실장)
태준식 (다큐멘터리 감독)



제정신 차리고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

 

 

스켑티칼 레프트라는 사이트가 있다. 굳이 웹 주소까지 알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검색엔진을 돌리면 되니까. 여하튼, '회의적 좌파'라고하는 이들이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무슨 근거로 자신들을 회의적 좌파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그것보다는 '암약하는 우파 게릴라'정도로 보인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말이다. 이들이 '나쁘다'고 하는것은 아니다. 이들은 나쁜것이 아니라 비열하다. 이성과 지식으로 무장한채 교묘하게 논점을 흐린다. 회의적이기 때문에 감정에 덜 휩쓸린다는 가면을 쓴 채로 독설을 내뱉는다. 이들의 수준은 이 사이트의 '주류'인 이들이 PD 수첩 광우병 논란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정지민의 '팬'을 자처한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불리할때면 자신의 스펙을 들이미는 중3병에 걸린 이 여자를 이 사람들은 '양심적 지식인'으로 추앙하고 있는것이다. 참고로 정지민 자신이 주장하는 스펙의 내용이란 것이 거의 하늘과 땅을 가르는 무협지 수준이다. '출생후 18개월만에 한글을 떼었고, 초등3학년 때 한글서적 수준에 만족 못하여 영문 저작을 찾아 읽었으며,고대영어 중세영어에 해박하게 되었고, 영어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외국어를 독학으로 배우고, 라틴어와 희랍어를 원문으로 공부하면서 히브리어까지 공부했다' 이러한 정지민을 두둔하며 내세워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만 보아도, 이들은 심각하게 저열하다. 조중동이, 혹은 검찰이 정지민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단물 다 빼먹고 버리는것 보다도 더 비열한 행동을하고 있다.

 

지식이 많다는 것 때문에 이들을 '학삐리'라고 조롱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들은 깊고 다양한 지식을 접한 자로서의 의무를 망각한채로, 혹은 그것을 이용해서 혹세무민을 하고있다. 이들이 하는 짓에 비하면 변희재는 꼬꼬마로 보일정도다. 변희재는 바닥을 다 드러내면서 바보짓을 하지만, 이들은 귀가 솔깃하게 사안을 비틀고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사이트의 운영자가 의료계에 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마음과 몸의 병을 고치는 그 쪽 업계에 있는 자의 마음이 병들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대한민국 지식인층의 단면도일지도 모른다. 말할 수 없이 끔찍하다. 미치지 않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이들을 보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

 

 

 

2010년 2월 19일 금요일

영화진흥위원회의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자 공모’에 관한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입장

 

 

영화진흥위원회의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자 공모’에 관한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입장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이하 한시협)는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자 공모’와 관련해 많은 논의 끝에 이번 ‘2010년 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사업 운영자-서울아트시네마 운영사업’ 공모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첫째, 영진위가 현재 진행중인 공모제는 너무 짧은 일정에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2월 10일) 저녁에 공모안이 나왔고, 일주일도 채 안 되는 기간 안에 이후 일 년 동안 사업을 운영할 계획안을 제출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일주일 만에 사업자를 마감하고, 또 일주일 만에 단지 사업계획안만을 보고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사업계획하에서 진행되어야 할 시네마테크 사업에 파행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공모만을 노리고 준비한 사업자가 없는 한 현행의 공모제는 처음부터 파행을 내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둘째, 영진위는 공모제와 관련해 공식적인 사업자 설명회나,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단 한 페이지의 정책도 제시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부실한 공모제는 문화예술의 지속성 사업이라기보다는 요식행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화계와 영진위의 오랜 논의와 협력으로 안정적인 공간마련을 위해 2008년 영진위 예산에 ‘다양성영화 복합상영관’이라는 이름으로 총 500억 규모의 예산이 마련되었으나 2008년 주어진 예산을 쓰지 않아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복합상영관 설립은 좌초되었습니다. 그 이후 영진위는 ‘다양성영화 복합상영관’과 관련한 아무런 대안 마련 없이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 공모전환을 강행했고 이제 시네마테크전용관 운영자 선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셋째, 공모제로의 전환과정, 합당한 평가 절차 등 보완되어야 할 사항들이 많음에도 그 어떤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진행되는 공모제는 또 한 번의 파행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미 진행되어 물의를 빚고 있는 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모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 공개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어떤 보장도 할 수 없습니다. 영진위는 앞선 공모제 진행에 관해서도 ‘문제없다’라는 입장만 개진하고 있을 뿐입니다.

넷째, 영진위는 시네마테크 사업에 대한 지원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을지언정 민간이 설립한 서울아트시네마의 운영주체를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는 없습니다.

한시협이 지난 2월 16일 공개한 질의서에도 담긴 내용이지만, 엄연히 서울아트시네마는 한시협이 개관하고 극장을 등록한 고유한 브랜드로 영진위가 마음대로 운영자를 모집할 법적 권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영진위가 허리우드 극장과 직접 계약을 하고 있는 한시협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허리우드 극장주와 계약을 시도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은 명백한 운영권 침해 행위입니다.



시네마테크활동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전국의 시네마테크 단체들이 활동을 시작하고 90년대 후반부터는 고전영화의 필름 상영회를 진행하며 영역을 넓혀갔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는 고전영화의 필름상영회가 양적, 질적인 면에서 큰 도약을 이루면서 전국에 흩어져 있던 시네마테크 단체들은 좀 더 집중적으로 시네마테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시네마테크전용관 설립을 위해 기존에 활동하던 전국의 15개 시네마테크 단체들이 연합하여 2002년 1월 25일 사단법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를 출범시키게 됩니다.

같은 해 5월 10일에는 전국 시네마테크 단체들의 숙원인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가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개관하였고 그 과정에서 영진위는 시네마테크 사업이 영화문화 다양성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 2002년 전용관의 임대료를 지원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시협은 2002년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이후 대관 행사를 제외하고 연간 90%의 고전영화, 영화사 거장들의 회고전 및 특별전 등의 프로그램을 개최하며 3,000편이 넘는 영화를 상영했고 40만 명의 관객이 영화와 새롭게 만났습니다.


한시협은 지난 8년 간 한 해 400편이 넘는 고전, 예술, 독립영화를 상영하며 민간 시네마테크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평균 75%에 달하는 유료 관객회원 재가입율을 볼 때 한시협의 활동을 통해 고정적인 관객층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배창호, 이명세, 박찬욱, 봉준호 등의 영화감독들과 안성기, 황정민, 유지태, 류승범, 문소리, 김혜수 등의 영화배우들 그리고 정성일, 김영진 등 영화평론가들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함께 개최하며 시네마테크를 알리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한시협은 전국적인 시네마테크 단체들을 대표하면서 국내에 시네마테크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비영리 상영방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영진위의 일부지원금 외에도 다양한 자체 수익사업 및 후원사업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해 왔고, 국내외의 시네마테크와 많은 문화단체, 대사관, 관공서 등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국제적인 문화 활동을 지속해 왔습니다.

또한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 운영 외에도 지역 시네마테크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전국의 시네마테크 단체들과 함께 연간 20여 건의 지역순회상영 지원, 지역자립형 사업지원, 지역인프라구축을 위한 지역인력교육사업 등 시네마테크 활동이 전국적으로도 확산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지난 8년간 커다란 성과를 내왔고 문제없이 진행한 시네마테크에의 지원사업을 공모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이전 사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정책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가능한 것입니다.

그동안 한시협은 서울아트시네마와 시네마테크네트워크 사업을 운영하며 연간 4차례의 분기 보고서와 1년 동안의 실적 보고서를 제출했고, 2009년에는 세 차례의 감사를 받았지만 사업 수행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더욱이 2009년 4월 29일 있었던 시네마테크지원사업 수행평가에서는 평균점수 85점을 받으며 “‘사업계획’(30점) 영역에 따른 4개 항목, 6개 세부항목에 대한 평가는 다른 영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음. ‘운영목표의 명확성’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 이해도 및 취지 부합성’ 등의 세부항목에 대한 평가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등의 문제가 없었기에 갑자기 시네마테크를 공모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적 변경이 어떤 근거에서,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는 가에 대해 한시협은 영진위가 보다 책임있는 논의와 판단을 내려야 함을 역설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과를 보면 영진위는 정책결정자로서의 책임있는 논의와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고, 급기야 시네마테크 지원사업을 공모로 전환하는 확실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지난 2월 10일 일방적으로 공모안을 공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해 영진위가 정책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공식적으로 납득할 만한 입장을 들려주기를 기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영진위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노력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한시협은 시네마테크의 지원사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정책마련과 제도의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 조건에서 시네마테크의 공모제에 참여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



2010년 2월 17일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광주시네마테크, 대구시네마테크,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대전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 시네마테크 부산, 씨네오딧세이(청주), 제주씨네아일랜드)

 

 

 

2010년 2월 18일 목요일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이음 책방에서 어저께 집어온 책. 어제 퇴근하면서 존 버거와 쟝 모르가 같이 쓴 <말 하기의 다른 방법> 다 읽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페터 한트케의 소설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를 들고 나왔다. 적막한 '거리로'가 아니라 '적막한 집'을 나섰다고 한다. 그리고 그저께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아무튼>도 구했다. 온라인 서점의 클릭질로는 절대로 만나지 못할 책들. 책방의 서가를 직접 들여다 보며 책을 구하는 묘미는 흔치 않다. 요즘같은 시절에는.

 

 

2010년 2월 16일 화요일

영화진흥위원회의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자 공모'에 관한 공개질의

 

영화진흥위원회의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자 공모'에 관한

공개질의

 

 

지난 2월 10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2010년 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사업 운영자 선정 공모’ 공고를 통해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이하 한시협)는 공식입장을 표명하기 전 공지된 공모 내용에 몇 가지 의문을 해소하고자 영화진흥위원회에 아래와 같이 질의합니다.

 

1.

2002년 개관한 서울아트시네마는 한시협이 운영하는 시네마테크전용관이며, ‘서울아트시네마’는 해당구청에 한시협 대표자의 이름으로 <영화상영관등록>이 되어 있는 명칭입니다.

그런데 영진위는 ‘2010년 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사업 운영자 선정 공모’ 내용에서 사업명을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 운영 및 지역 네트워크 활동 지원 사업’으로 명기함으로써 시네마테크전용관사업 운영자가 그 사업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표명하였습니다.

이는 한시협이 ‘서울아트시네마’라는 상영관 명칭에 대해 가지고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상의 권리를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영진위는 어떤 근거에서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자’를 공모하는 것입니까?

 

 

 

 

2.

주택 임대차의 경우에도 본인이 이주할 곳의 계약 종료 시점이 언제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한시협은 임대인으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적도 없으며 한시협과 허리우드극장과의 계약기간이 2010년 3월 31일까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운영약정기간을 2010년 3월 1일’로 명기한 근거는 무엇입니까?

 

 

3.

영진위는 지난 2009년 ‘넥스트플러스 여름영화축제’ 운영처 선정 시 ‘영화진흥위원회 예산회계규정 제82조(입찰자의 지명), 제83조(지명통지), 제63조(경쟁방법)에 의거, 지명경쟁입찰에 1개사만 등록할 시에는 자동유찰로서 재통보(공고)를 통한 입찰을 진행하여야 했으나 1개 등록사를 대상으로 적격 여부 심사를 진행한 점이 규정에 어긋남을 지적받은 바, 2009 넥스트플러스 영화축제 프로그램 및 마케팅 업무 운영처 선정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재공모’를 실시하겠다고 넥스트플러스 영화축제 관련단체들에 공지한 바 있습니다. ‘넥스트플러스 여름영화축제’ 보다 운영기간과 예산 면에서 규모가 큰 사업자를 선정함에 있어 ‘1개 단체 지원 시 적격여부 판단하여 선정할 수 있음’으로 공지한 근거는 무엇입니까?

 

4.

마지막으로, 본 사업에 관한 공모제 전환 결정 및 공모 내용에 관하여 영진위 9인위원회의 의결을 거쳤는지 질의하며, 이미 위원회 의결을 거친 사항이라면 해당 안건이 논의된 회의차수 및 안건을 공개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2010년 2월 16일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광주시네마테크, 대구시네마테크,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대전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 서울시네마테크, 시네마테크 부산, 시네필 전주, 씨네오딧세이(청주), 영화사 진진-시네마테크 사업팀, 제주씨네아일랜드, 퀴어아카이브 서울)

 

2010년 2월 12일 금요일

첫 술에 배불리려 하지 말라굽쇼?



인디스페이스 간판을 내리고 그 자리를 꿰찬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의 시작이 불안불안하다. 아니 사실 좀 웃기다. 겨우 요정도 하려고 그 난리를 친거여? 이런 느낌. 자세한 내용은 김숙현 기자의 프레시안 기사를 참조. 특히, 이번 상영작으로 올렸던 영화들이 모두 위드시네마에서 수입하고 이미 상영까지 마쳤던 '개봉작 이라는 걸 보면, 한다협은 독립영화, 혹은 다양성 영화전용관을 운영한다는게 그저 재개봉관 돌려서 수입사에게 돈 몇 푼 쥐어주고 나머지는 In my Pocket으로 직행하면 되는, 아주 쉬운일로 생각하셨나보다. 그러니까 끼리끼리 해 쳐먹자는 말씀. 어찌나 쿨하신지.


이번 영화계에 대한 '보수단체의 반격'에 대해서 지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런 질문을 던진적있다. '사실 이쪽 일이 제대로 하려면 시간과 노력만 잔뜩 들어가고 정작 돈을 벌기엔 좀 어려운 일인데, 왜 그렇게 기를쓰고 이 자리를 탐내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지인은 '그냥 국내에 있는 필름 대충 틀고 지원금 받는다면 분명히 남는장사'라고 하셨다. 그 때는 '에이 설마' 하는 반응을 했었는데, 한다협이 의욕적으로 '프로그래밍' 했다는 이번 행사를 보니 에이 설마가 아니라. '어 진짜?!' 대충 이런느낌이랄까.

이번 일의 깨달음 : 아... 역시 돈은 버는 놈들이 버는거구나. 박봉에 제대로 해 보겠다고 날밤을 새며 프로그래밍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바보인거지. 그런거지. 휴.






더 건강한 도서 생태계를 만들자



문광부(맞다. '그' 유인촌씨 계신 문광부)에서 인터넷 서점 신간 적립금 폐지를 입법예고 했다고 한다. 인터파크 공지에 보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위해 반대서명을 할 것을 독려하고있다. 그러나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누구나 물건을 더 저렴한 가격에 사고 싶어한다. 현재 출판되는 책들 가격에 지나친 거품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요즘엔 제 값내고 물건을 사면 바보가 된다고도한다. 출간이 된 몇 주안에 판매율을 끌어올리기위해 출판사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쟁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마치 블록버스터를 겨냥하고 자극적이고 흥미위주의 영화만 만들게 되는것과 같다.

인터파크 쪽에서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내세우며 반대서명을 독려하는데, 그것 보다는 인터넷 서점 협회에서 좀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적립금에 대한 소비자의 판단 옵션을 넣는 것이다. 적립금을 자신의 계정에 적립할 것인지, 혹은 증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인터넷 서점은 많은 수의 비정규직을 필요로한다. 포장과 배송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 꾸려가고 있다. 적립금을 인터넷 서점 협회에 기부해서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쓰도록 하거나, 또는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문학상, 혹은 출판상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비자가 선정한 좋은 책을 만든 출판사에게 적립금으로 상을 수여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기금 운용에 대한 보고와 감시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것은 굳이 문광부의 개입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서점 협회의 논의와 자정 노력을 통해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움직임이다.

그럼 누가 적립금을 기부하겠냐고? 그건 모르는거다. 십시일반의 힘을 믿자.





2010년 2월 11일 목요일

인적 (人跡)

 


 

다음 세상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면

여기서 끊어지는
인연의 실을 찾아

저승의 어느 호젓한 길목에서
문득 마주서면

내 어리석음이 그때는
조금은 씻기어 그때는

이렇게 헤어지지 않으리라.

 

나는 아느니.

아득한 내 가슴은 아느니.

어디에고
다음 세상은 없다는 것을.

 

 

 

- 기타하라 고운사이, <인적 人跡> 중에서.

 

 

 

영진위, 시네마테크 공모제를 강행한다.

 

 

 

영진위가 시네마테크 공모제를 강행하고 나섰다. 예상된 수순이기는 하지만, 충격이 큰 것은 사실이다. 특히, 사업개요 내역에 보면

2. 사업개요

  가. 사 업 명 :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 운영 및 지역 네트워크 활동 지원 사업

  나. 사업장소 :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6 허리우드극장 제3관(300석)

 

2010년 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사업 운영자 선정 공모

영진위의 공모요강은 현재 아트시네마가 임대하고 있는 '허리우드극장 제 3 관'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2 월 말일자로 계약이 갱신되는 것이고, 3 월 부터는 영진위가 여기서 사업을 벌일 것이니 손대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것이다. 내용을 보면 기존의 서울아트시네마가 해 오던 사업 내용과 동일하다. 30 % 에 불과한 지원금을 빌미로 숟가락만 얹고 있던 객이 밥상을 뒤엎고 있는 것이다. 영진위가 다른 공간을 통해서 자체적인 시네마테크 사업을 벌이겠다면 이해하겠지만 민간의 힘으로 오랜기간 가꾸어서 열매를 맺고 있는 시네마테크 운동을 단순히 정부부처의 '공모사업'으로 탈바꿈시켜서 '관리'를 하겠다는 의도다. 공모 요강을 발표하고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은 베를린 출장길에 나섰다. 아비가 하는짓을 애들이 배운다고, 이명박 대통령이 국내에 시끄러운일이 있을 때 마다 외유를 떠나는 것까지 판박이다. '나 잠간 나갔다 올테니 알아서들 하고 있어'라는 식이다.

 

영진위가 다급하게 공모제를 강행하는 데에는 시네마테크 관객 모금 운동에 대한 위기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약금 5 천만원에 거의 육박한 자금이 10일 채 못되는 기간동안 모인것이다. 영진위의 이번발표는 다분히 '알박기'에 가까워 보인다. 공모제 요강에 허리우드 극장 제 3 관으로 명시한 것이 그 증거다.

 

 

2010년 2월 10일 수요일

본격 복당남 시대

 

 

 정동영, 10개월 만에 복당 "민주당 지지율 30% 만들 것"

 

정동영 의원이 민주당으로 복당한다고 한다. 품절남, 품절녀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복당남'까지 나타난거다. 이왕 하는김에 '복당녀' 박근혜와 연합해서 '복당연대'를 하나 꾸리시는 건 어떨지.

 

 

두 개의 손.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 특사(라고 쓰고 특혜라고 읽자)로 풀려난 이건희 회장은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한 IOC 의원직 활동을 재개했다. 어제 일간지는 국경일이 무색할 정도로 삼성가의 전면 광고로 도배가 되었다. 돈이 있으니 광고를 뿌리는 것. 이해는 한다. 그런데 좀 촌스러운게 사실이다. 뉴스에는 거동도 어려운 이건희 회장이 마치 무슨 올림픽 대표선수라도 되는 듯 손을 흔드는 모습이 나왔다. 조세탈루범에서 하루 아침에 국가의 명운을 짊어진 인물로. 이런 인생역전도 없다. 그런데 여기 한 번의 뒤집기가 더 있다. IOC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위원직 자격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당연히 국내에는 손톱만큼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다. 김일성 김정일 욕하지만 하는 짓은 그들보다 더 지독하고 꼼꼼하다. 지지자들과 좋아라 흔들어대던 그 손이 무색하다.

 

참고로 IOC의 이건희 전 회장 의원직 징계내용 (활동은 가능하지만, 5 년간 IOC 회의 참석은 불허)

http://www.olympic.org/en/content/Media/?articleNewsGroup=-1&articleId=76796

 

The IOC Executive Board today decided :
1. that Mr Kun Hee Lee, IOC member, has violated the ethical principles set out in the Olympic Charter and the IOC Code of Ethics, has tarnished the reputation of the Olympic Movement and was thereby in breach of the Olympic Charter and the IOC Code of Ethics;
2. pursuant to Rule 23.1.1 of the Olympic Charter, to impose the following sanctions on Mr Kun Hee Lee:
a) a reprimand
b) and a suspension of the right to sit on any IOC commission for five years.

 

그리고 또 하나의 손이 있다.

 

엄기영 MBC 사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주먹을 불끈쥔 손을 들어올렸다. 이에 대해서는 고재열 기자의 독설닷컴에서 얻어온 사진으로 대신. 우유부단하다는 지적을 자주 들어오던 엄기영 사장의 이 표정과 주먹이 의미하는 것.


 

더 많은 사진은 독설닷컴으로. http://poisontongue.sisain.co.kr/1393

 

 

 


 

끄적2...

가슴을 열고 심장을 꺼냈다..
아직은 조금 따뜻한기운이 남아있지만
손에 느껴지는 심장의 따뜻함이 어색하다..

냉동보관된 음식도 유통기한이 지나면 상하는건지 보관을 잘못한건지
다시 꺼냈던 내 심장이 어릴때 뜨거운 심장은 아닌듯싶다..


부엌으로 갔다. 서랍을 열고 쿠킹렙을 꺼냈다.
들고있던 심장을 몇겹씩 몇겹씩 정성들여 감았다..

때론 다시 뜨거워지지 않는 심장이 안타까워서
밤세 울었던적도 있었다..

 

또 몇겹을 감고 또 감았다..
다시 꺼내고싶어질때 풀기 귀챦아서 포기할 수 있을만큼 자꾸 감았다..

 

그리고
냉동실 문을 열고 안쪽으로 던져넣었다..

 

서울, 지진

 

 

가까운 시일내에 가카께서 '내가 건설일을 해 봐서 아는데 내진설계는 중요하다'며 지진 설계의 중요함을 역설하신다에 내 오른쪽 바지 주머니 속의 백원 건다. 쫄리면 죽던가.

 

 

2010년 2월 9일 화요일

냉철하고, 끈질기게, 그만큼 잔인하게. 끝까지.



문광부의 무리수를 둔 한국 문화예술위원회 장관 해임 사건은 점점 재밌어지고 있다. 김정헌 위원장은 '남은 임기 7 개월 동안' 유인촌 위원장을 최대한 괴롭혀 줄 것을 장담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이 적어도 판단력은 있다는 일종의 제스츄어일 수도 있지만, 상황만 놓고보면 유인촌의 문광부쪽이 곤란한 지경으로 밀리고 있는것은 확실하다. 여하튼, 프레시안 기사에 나온 김정헌 위원장의 발언을 유념해 둘만하다.  미디액트에 이은 시네마테크, 한국 영화 아카데미에 대한 파상공세에 대처하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아무튼 이런 해괴한 사태가 벌어져도 우리가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 냉철하게 이 사태를 끝까지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면 1년 안에 승패가 납니다. 문화예술계에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가 승리를 확신하면서 어려운 일을 좀 참고 견뎌내자고 제의하고 싶습니다."





끄적1...

줄리아로버츠가 주연으로 나왔던 Runaway Bride에서

"내가 좋아하는 계란요리가 뭔지모르겠다"는 대사가 있었다...

남자가 바뀔때 마다 그남자에 맞춰서 계란요리를 바꿔가야되는...
내가 좋아하는 계란요리가 뭔지 모르는것처럼
내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는건 아닌지...
어느날 거울속 나는 내가 아닌듯이 느껴져서 내 모습을 찾고 싶어도
나의 본모습이 어떤건지 몰라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잊혀지는 더 흐려지는...

 

과연 나의 본 모습이란건 존재 했었던건지에 대한 의문만 남긴다...

 

"난 원래 그랬었는데 지금은 변했어...."

"그래 넌 예전엔 안그랬는데 요즘 변한거 같아..."

 

이런말들의 의미가 생소하다...마치 새로운 단어를 듣는거 처럼...

내가 예전에 존재 했었는지도 가물거른다....

 

 

 

한국영화아카데미 동문회,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

 

26기 졸업영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6일(토), 한국영화아카데미 동문회는 홍대 앞 상상마당 4층 대회의실에서 학교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함과 동시에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 1기 이용배 • 황규덕 감독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졸업하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새로 입학할 신입생들을 축하해줬어야 할 그날, 권칠인, 봉준호, 민규동, 최동훈, 신태라 감독을 비롯한 150 여 명의 동문들은 2010년 새로운 출발의 기쁨을 나누는 대신 불안한 학교의 미래를 우려하며 졸업영화제에 모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작년 11월 5일 진행되었던 영화진흥위원회 내부조직개편과도 맞닿아 있다.

 

당시 영화진흥위원회는 3개의 사업 단위 중 하나였던 한국영화아카데미를 부서급으로 축소하고 임원급이던 원장을 부장급으로 위상 격하시키며 기존의 교육연수팀장이 하던 역할을 부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문들이 본격적인 위기감을 느끼게 된 건 지난 12월 말 박기용 원장의 퇴임 이후 지금까지 원장이 공석이라는 것과 2년 단위로 계약해오던 전공교수들과의 계약을 1년으로 축소, 장편제작연구과정을 책임지고 끌어갈 총괄프로듀서를 3개월 임시직으로 임용하는 등 다소 파행적으로 흘러가는 영화진흥위원회의 학교 운영 때문이었다.

 

이에 현 동문회는 지난 12월부터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조희문)과의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청, 한 달이 넘는 기간을 기다리다 어렵게 면담일정(1/26)을 잡았으나 당일, 위원장측으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은 바 있다. 결국 아카데미 졸업영화제 개막식이 되어서야 조희문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으나, 그마저도 동문회에서 찾아가 이루어진 짧은 미팅이었다. 항간에 떠도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축소 혹은 폐지에 대한 논의와 원장임용 및 학교운영계획에 대해 동문회측에서 묻자 조희문위원장은 ‘축소 혹은 폐지에 대해 현재로선 아직 결정된 바 없고, 원장은 내부직원이나 외부에서 곧 기용할 계획이며, 아카데미의 향후 운영방향에 대해 재고할 시점이 왔으나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카데미의 향후 방향에 대해 토론회나 공청회 같은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 있냐고 묻자, 대규모 자리는 생각하지 않고 있고 소규모 토론 정도는 생각해보겠다는 짧은 답변으로 마무리했다.

 

오는 17일이면 26기가 졸업함과 동시에 27기 새내기들의 입학식이 있다. 그리고 22일이면 개강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운영을 총체적으로 끌고 나갈 원장은 공석이며, 각 전공교수들은 불안한 미래 속에서 신입생을 만나야 한다. 3월엔 내년도 정규과정 계획을 수립하고 장편제작연구과정 4기 작품 선발 및 그에 대한 계획과 예산을 확정해야 하는데, 향후 아카데미의 운영방향은 아직도 표류 중이다. 지난 27년 동안 수많은 영화인들을 배출하고 2007년 장편제작연구과정을 신설한 후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전무후무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으로 위상을 높여온 한국영화아카데미는, 그러나 1984년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한국영화아카데미 동문일동은 27년간 꾸준히 지속되어 온 아카데미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해주길, 차기 신입생들의 정규과정과 장편제작연구과정의 지속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예산을 확정 공개해주길, 동문 및 교육전문가 정책입안자가 참여하는 객관적인 토론과 평가를 통해 아카데미의 발전방향을 신속히 결정해주길, 그리하여 더 이상 정치적인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국립영화학교로서의 독립적인 위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주길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 한국영화아카데미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 ]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는 1984년 설립되어 올해 27년째를 맞이하였다.


오늘 우리는 아카데미의 존폐 위기국면에 맞서, 27년 역사의 수혜자이자 증인으로서 이 자리에 모였다. 그간 한국 영화 현장 안팎에서 쌓아온 아카데미의 유, 무형의 성과와 역사를 무시하고 누가, 어떤 이유로 아카데미를 폐기처분하려 한단 말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아카데미 기능축소'라는 용어를 주무장관 업무보고에 끼워 넣더니, 급기야 행정 효율성이란 구실로 내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말았다. 독립적 위상의 원장 체계에서 내부 선임의 부장 체계로 추락시킨 것이다. 그나마 후임 원장은 공석으로 방치되었고, 기존 교수진들의 임용도 통상 2년이었던 것을 1년짜리 반쪽계약으로 내몰고 있다. 갓 들어온 27기 신입생들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은 보장될 수 있는 것인가?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제작연구과정 3기의 마무리와 4기로의 돌입은 책임 있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인가?

 

그간 아카데미의 노력과 성과들을 비루한 정책논리로 짓밟으려는 영진위의 파행을 좌시할 수 없기에 현 동문회는 지난 12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위기의식을 같이하였다. 곧바로 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조희문)과의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한 달 이상의 기간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약속한 면담 일정(1월 26일)마저도 일방적으로 파기한 바 있다. 그 후, 비공식적인 짧은 만남을 가졌으나 구체적인 언급 없이 임기응변의 답변만 되풀이하였다.

 

아카데미 폐지 음모는 문화관광체육부가 그 진원지이다. 문화부는 그간 예술 문화 전반의 교육 및 재투자, 미디어로서의 시민소통의식 등을 막고자 시대에 역행하는 치졸한 책략들을 자행해왔다. 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과폐지와 교수진 임용 파행,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와 독립영화전용관의 비상식적인 공모, 시네마테크에 대한 월권 공모, 인권영화제, 인디포럼 지원 배제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내며 성장한 단체들을 와해시키는 정치적 독선을 일삼았다. 멈추지 않는 그들의 관성이 느껴지지 않는가? 다음은 바로 아카데미다.

과연 우리가 보아온 아카데미가 '영화인 재교육 기관'인가? 저들은 영화진흥기금의 중복투자라는 빛바랜 실용성으로 기능을 축소, 변경하려 하고 있다. 과연 27년에 이르는 국립영화학교의 전통과 성과를 영화인 재교육만으로 이어가려 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인가. 영화와 문화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어 생색만 내려는 저들의 잔칫상에 아카데미마저 제물이 되어야 하는가.

 

오히려 상부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 긍정성과 기능성을 굳건하게 지속시킬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예산을 늘리고 독자적인 교육기관으로서 자신의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간 아카데미가 축적한 차별성 있는 양질의 교육시스템을 영화인 재교육에 적용시켜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기능축소가 무슨 어불성설이란 말인가?! 오늘날까지 아카데미는 빈곤한 정책과 논리에 휘둘려 많은 질곡을 거쳐 와야 했다. 얼마나 많은 반목과 시련이 있었던가. 그러나 우리는 꺾이지 않고 그 당당한 이름을 한국영화 역사에 기록해 왔다. 올해에도 스물일곱번째 신입생이 입학하였다. 한국 영화계, 나아가 세계 영화계로 무한한 상상력을 뻗어가기 위해 도전하는 그들이 국립영화학교의 살아있는 배움의 기회를 빼앗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에 아카데미 동문일동은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 아카데미의 27년 전통과 역사를 존중하라.

 

- 아카데미 차기 신입생들의 정규과정과 제작연구과정의 지속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예산을 확정, 공개하라.

 

- 아카데미 동문, 교육전문가, 정책입안자가 참여하는 객관적인 토론과 평가를 통하여
아카데미의 발전방향을 조속히 결정하라.

 

- 더 이상 정치적인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국립영화학교인 아카데미 독립적인 위상을
인정하고 법에 보장하라.

 

2010년 2월 6일

한국영화아카데미 정상화를 촉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 동문회 일동

기회(주의자들)의 땅

 

 

 

개인마다, 집단마다 '정당하다'고 믿거나 혹은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그건 자연스럽다. '다름'을 다루기위해 소통이 필요한 것이고, 이러한 소통의 시스템을 근간으로 구축된 것이 민주주의다. 시네마테크 공모제의 부당성을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조희문 위원장은 '잘 안될 거라는 보장도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했다. 그러니까 이 말씀을 굳이 풀어보자면 한 번 맡겨줘라. 잘 할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런데 반대로 잘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미디액트 사태만 보아도, 차기 사업자로 선정된 (사) 시민영상문화기구라는 단체에 대한 객관적이고 납득할만한 판단은 불가능하다. 조희문 위원장은 사업자선정에대한 평가 보고서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용산 참사를 두고 경찰측이 자료 제출을 거부했던 상황과 똑 같다. 게다가 (사) 시민영상문화기구라는 단체는 급조된 단체인것이 분명하고, 그들의 주장대로 2008 년 법인 설립을 하려했으나 여건상 - 그런데 무슨 여건? - 법인 설립이 늦어졌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해도, 이 단체의 이사라는 자칭 독립영화감독 최공재라는 인물을 보면, 도대체 얼마나 독립적인 사람이기에 자신이 감독해서 세상에 발표된 영화가 한 편도 없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마도 이분께서는 독립영화라는 개념을 혼자만 보는 영화로 이해하고 계시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런 분에게 윗분들께서는 '기회'를 주시겠단다. 갸륵한 마음이다. 미국을 동경하는 분들이 많으니, 이곳까지 '기회의 땅'으로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나셨나보다. 그런데 어쩌나, 기회의 땅이 아니라 당신들이 자진해서 기회(주의자들)의 땅으로 만들고 있으니. 이제 3 년 남았다. 당신들이 맘껏 뒤흔들 '기회'는. 어디 힘 뻗치는 만큼 해 보시길.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사)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의 입장



정당성을 상실한 2010년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의 입장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서 드러난 바와 같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상미디어센터 사업 운영자 선정 심사가 공정성을 결여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세력에 대한 봐주기 심사였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2010년 영상미디어센터 사업 공모에 참여한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입니다.

밝혀진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심사위원 구성에서 드러난 공정성의 결여입니다. 1차 공모 참여단체인 (사)문화미래포럼 영화분과 회원 복환모 호남대 교수와 (사)비상업영화기구 평론 분야 전문위원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2차 공모 당시 각각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으며, 다른 회원 김종국 교수는 2차 공모 당시 1차 공모와 법인 소속만 바꾼 채 거의 동일한 공모신청서를 제출하며 공모에 응하여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결국 1차 공모 참여 단체의 회원이 심사위원과 공모 참여 주체로 나뉘어 공모에 응한 것인 바, 이는 명백히 공정성의 상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2월 1일 기자회견에서 본 협회에 대해 근거 없는 전문성 시비를 했던 영진위는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도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 심사 결과에서 드러난 심사 기준의 일관성 결여입니다. 실질적으로 거의 동일한 인력 구성 및 사업계획을 담고 있는 공모신청서가 1차 공모에선 최하위인 5위 점수를 받았다가, 2차 공모에선 최고점을 받으며 해당 단체가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운영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심사 자체가 최소한의 일관성조차 지니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입니다. 더욱이 이러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본 협회가 이미 공모신청서를 공개하며 공개적 논의를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진위는 관련 자료 공개 및 정확한 해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셋째, 이러한 과정에서 조희문 위원장의 역할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조희문 위원장은 이번 공모와 관련하여 영진위 위원들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심사 결과 공표를 밀어붙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번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운영자 선정 과정은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 일관성을 상실한 것이었음이 입증되었습니다. 이는 영진위가 공공서비스 기관으로서의 정책집행에 있어서 심각한 오류를 저질렀으며 아울러 그 오류를 시정할 능력조차 지니고 있지 못함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2010년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결과는 그 효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영진위 및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선정 결과를 백지화하는 동시에, 이번 공모와 관련해 처음 도입부터 최종 결과 발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해 낱낱이 그 진상을 밝히고, 이 과정에서 밝혀지는 모든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집행하며, 각각의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는 공공서비스를 위태롭게 한 이번 공모 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주무 부처의 심각한 파행에 대해 다시 한 번 우려를 표하며, 이와 관련하여 영진위 및 문화체육관광부가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책임감 있게 응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아울러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시 행정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추진할 것임을 밝히며, 더 이상 행정부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공공서비스 이용자인 시민의 피해를 최소하기 하기 위해서 관련 기관의 합리적인 사태 해결을 촉구합니다.







2010년 2월 4일 목요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영진위 심사 의혹 ‘눈덩이’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영진위 심사 의혹 ‘눈덩이’
1차 공모 참여 단체 회원이 2차 심사 맡아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의 새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최문순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번 2차 심사위원장을 맡은 복환모 호남대 교수는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1차 공모에 참여한 문화미래포럼의 회원으로 신청 서류에 이름이 올라 있다. 2차 심사위원인 김시무 영화평론가도 이 서류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이번 공모는 1차에서 사업자 선정에 실패한 뒤, 2차 공모를 통해 영상미디어센터에 ㈔시민영상문화기구(이하 영상문화, 이사장 장원재), 독립영화전용관에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회(이하 한다협, 이사장 최공재)를 각각 선정했다. 영상문화의 신청 서류는 1차 공모 당시 문화미래포럼의 신청 서류와 거의 흡사하며, 두 서류 모두 김종국 홍익대 영상대학원 겸임교수가 소장으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본인의 동의 없이 이름을 공모 서류에 올렸다가 뒤늦게 발각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다협 배급팀으로 서류에 이름이 올라 있는 영화인 ㅈ씨는 “다른 일로 이력서를 전달한 적은 있지만, 내 이름이 이번 공모 서류에 사용되는지 사전에 전혀 통보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 이사장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 기재여서 영진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영상문화 이사로 등재된 고영민 감독도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한편 지난해 파행을 겪었던 ‘2009 넥스트플러스영화축제’에 최공재 한다협 이사장이 당시 축제 운영을 이끈 주역으로서 상당한 책임이 있는데도, 영진위가 이를 애써 무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행사를 주관한 한국예술영화관협회에 따르면, 상영작 10여편이 준비 부실로 취소되면서 관객 항의가 잇따랐고, 포스터와 리플릿 등 선전물이 서울의 경우 개막 당일, 지방은 개막 다음날 배포되는 바람에 홍보에 큰 지장이 생겼다고 한다. 누리집도 개막 당일까지 상영시간표를 게재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운영됐다.

 

한국예술영화관협회는 지난해 12월 영진위에 공문을 보내 경위 규명과 후속 조처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일부 예술영화관들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영진위가 책임을 물어야 할 인사에게 되레 또다른 특혜를 베풀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성 기자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02624.html

 

1차 꼴찌가 재심사서 1등…이래도 공정했나? 
영진위 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위원장부터 모두 문화미래포럼 관련자
2010년 02월 04일 (목) 12:06:09 김수정 ( rubisujeong@mediatoday.co.kr)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심사 과정에 대한 의혹이 계속되는 가운데 1차 심사 때 낮은 점수를 받았던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새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로 선정․이하 한다협)가 1차 때와 거의 유사한 사업계획서로 재심사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영상문화기구(새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도 1차 공모에서 떨어진 문화미래포럼과 똑같은 사업계획서에

일부 계획안만을 추가해 영상미디어센터 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미래포럼과 시민영상문화기구는 사실상 같은 단체인 셈이다.

한다협과 시민영상문화기구가 문화계 대표 뉴라이트단체인 ‘문화미래포럼’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이 단체의 설립발기인이 현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거의 같은 사업계획서로 1차 심사 꼴찌가 재심사서 1등

민주당 최문순 국회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다협은 1차 심사 자료에 유통관련 계획서 4쪽을 추가해 재심사서 최고점수를 받았다. 시민영상문화기구는 1차 심사서 떨어진 문화미래포럼의 사업계획서에 중기계획안 4쪽을 추가해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 1차 심사점수 264점(4업체 중 3위)을 받은 한다협은 재심사서 111점이 오른 375점(4업체 중 1위)을 받아 사업권을 따냈다. 1차 심사 때 문화미래포럼이 받은 점수는 242점(5업체 중 5위)으로 시민영상문화기구는 거의 같은 자료로 재심사서 142점을 더 받아 384점(5업체 중 1위)을 받았다.

   
   
 

장 대표이사 ‘숭실대 교수’ 허위기재…이사 중 한 명 돌연사퇴

이들 두 단체의 사업계획서를 살펴본 결과, 시민영상문화기구 장원재 대표이사는 사업계획서에서 숭실대 교수라고 밝히고 있지만 숭실대 확인 결과 장 대표이사는 지난 2008년 8월31일자로 숭실대에서 적을 뗐다. 전 숭실대 교수라고 썼어야 맞다. 한다협 배급팀장 조아무개씨는 본인 확인 결과 허위 기재였다. 시민영상문화기구 고아무개 이사는 단체의 성격을 안 뒤 사퇴했다.

 

심사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장 대표이사는 영화와 관련된 경력이 없다는 점과 재원확보방안 중 최저임금제와 노동부 사회적 기업신청 등에서 문제제기를 받았다. 1일 운영을 시작한 시민영상문화기구는 현재 운영인력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위원장-심사위원-사업자 모두 문화미래포럼 관련자

이번 사업자 선정과정에 문화미래포럼 관련자들이 당상 수 얽혀있는 점도 문제가 되는 대목이다.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은 문화미래포럼 설립발기인이며, 이번 심사를 맡았던 5명의 심사위원 중 2명은 문화미래포럼 관련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공모 심사위원장인 복환모 호남대교수와 심사위원인 김시무 영화평론가은 문화미래포럼 전문위원 또는 회원이다. 시민영상문화기구가 사실상 문화미래포럼과 같은 단체라는 점에서 '심사위원은 사업에 참여한 단체와 이해관계가 없어야 한다'는 심사위원 선정 규정을 어긴 셈이다. 새로 선정된 두 업체 모두 3대2 과반수 찬성으로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이들 두 심사위원과 정초신 위원장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다협과 시민영상문화기구는 대표, 자문위원 설립자 관계로 얽혀있다. 시민영상문화기구 장 대표이사는 한다협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한다협 최공재 대표이사는 시민영상문화기구 설립자다. 문화미래포럼 김종국 사무국장은 시민영상문화기구의 영상미디어센터 소장직을 맡고있다.

이에 대해 최문순 의원은 “이번 영화사업 공모과정은 문화미래포럼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영진위는 더 이상 선정과정을 숨지 말고 평가항목별 심사평가표를 공개해야 할 것이며, 이번 공모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조희문 위원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말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822

 

 

 

시네마테크 관객들의 직접행동 - 영진위 앞에서 모이자 !

 

 

내일, 2월 5일  2시!!

 

관객들이 함께 모여 영진위에 우리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관객들이 함께 모여 영화진흥위원회의 위원장을 만나

시네마테크 관객들이 영진위에게 보내는 편지와

1300명의 이름이 담긴 서명지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영진위는 시네마테크 사업을 공모할 자격이 없으며,

부당한 공모제를 강행할 시 관객이 나서서 영진위의 강행을 적극 저지할 것

을 알릴 것입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많은 분들이 함께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모여 시네마테크의 진정한 주인인 우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줍시다!

 

우리 모두 내일 영진위 앞에서 만나요~ !! 

 

 

 

일시 : 2월 5일 2시

장소 : 영화진흥위원회

(찾아오는 길 - http://www.kofic.or.kr/cms/506.do)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장지혜. 010 6889 1825 로 연락주세요.^-^

 

 

 

1,300명의 시네마테크 관객들이 영진위에 보내는 편지

 

- 영진위는 시네마테크 사업을 공모할 권리가 없다!

- 영진위는 시네마테크의 주인이 아니다, 진정한 주인인 관객의 권리를 침해하지 마라!

- 만약 공모를 강행한다면, 서명인 관객 단 모두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 영진위는 공모 운운하지 말고 지원여부를 확실히 결정하라!

 

안녕하십니까. 우리들은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를 사랑하는 관객들입니다. 지금 이렇게 우리들의 서명과 함께 이 편지를 보내는 것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시네마테크 사업을 공모할 자격이 없으며, 부당한 공모제를 강행할 시 관객이 나서서 영진위의 강행을 적극 저지할 것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시네마테크 사업을 공모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영진위가 지금까지 시네마테크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줍니다. 지금 영진위는 시네마테크 사업이, 그리고 서울아트시네마란 공간이 영진위의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시네마테크 사업이 시작부터 지금까지 순수 민간영역의 활동이었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더욱 사랑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 바로 시네마테크입니다. 영진위는 시네마테크의 주인이 아닙니다. 영진위가 공모를 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주인이라 선언하는 것인데 영진위는 시네마테크에 관한 아무런 권리도 없고, 자산을 갖고 있지도 않으며 주체적인 활동을 한 바도 전혀 없습니다. 시네마테크의 주인은 오직 시네마테크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과 사랑을 보내준 관객뿐 입니다. 시네마테크 덕분에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관객들이 '주류 상업 영화'가 아닌 '고전 영화', '비주류 인디영화' 등을 볼 수 있었고, 이는 단순히 영화를 보는 취향 문제가 아니라 영화와 문화의 다양성을 넓힌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영진위도 이런 필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시네마테크 사업에 지원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진위가 스스로 공모를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그건 너무나 기본적인 문제를 착각하고 있는 것이며, 스스로의 논리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매년 얼마씩을 지원 한다고 해서 시네마테크가 영진위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네마테크는 그때도 지금도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것입니다. 시네마테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지원을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매년 공모제를 통해서 사업 주체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영진위가 주인임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비영리 기관임을 무시한 채 돈벌이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입니다. 시네마테크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아니라 공공을 위한 교육기관이자 영화 공동체 입니다. 그러한 시네마테크의 운영 주체를 매년 영진위가 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영진위가 공모제를 시행할 권리가 없으며, 공모제 운운할 것이 아니라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설립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현재 서울 유일의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는 개관 이래 계속해서 공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서울아트시네마가 10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전용관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는 것은 한심하고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불안정한 조건에서는 시네마테크 본연의 목적을 추구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서울아트시네마와 영화인들이 함께 시네마테크전용관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영진위에서는 공모제 시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네마테크에 지원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만약 지원을 계속할 수 있다 판단된다면 지금부터라도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에 다시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잃어버린 영진위의 신뢰도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우리들은 영진위가 시네마테크의 친구로 남길 원합니다. 또한 우리들은 영화와 시네마테크를 사랑하는 관객들로서 시네마테크의 진정한 주인은 우리 관객이라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영진위가 이를 망각한 채 계속해서 자신들이 시네마테크의 주체라고 고집을 부리고 단지 얼마간의 운영 지원금을 앞세워 시네마테크를 뺏으려 한다면, 그 때는 지금보다 더 커진 우리들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영진위는 공모제 운운할 것이 아니라, 당장 시네마테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힘쓰십시오. 만약 어떠한 권리도 갖고 있지 않은 영진위가 공모제를 강행한다면, 시네마테크의 진정한 주인이자 권리를 갖고 있는 저희 관객들은 영진위와 영진위가 공모제를 통해 선정한 사업자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네마테크 사업에 공모는 부당합니다. 부당한 정책에 응할 이유도 명분도 없습니다. 영진위는 관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2월 4일

서울아트시네마를 사랑하는 관객들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