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7일 수요일

자 유

 

 

자 유

 

 

나의 학습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가 읽은 모든 책장 위에
모든 白紙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황금빛 彫像 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밀림과 사막 위에
새둥우리 위에 金雀花나무 위에
내 어린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밤의 驚異 위에
日常의 흰 빵 위에
약혼시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나의 하늘빛 옷자락 위에
태양이 녹슬은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 風車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새벽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위에
미친 듯한 산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구름의 거품 위에
폭풍의 땀방울 위에
굵고 멋없는 빗방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반짝이는 모든 것 위에
여러 빛깔의 鐘들 위에
구체적인 진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살포시 깨어난 오솔길 위에
곧게 뻗어나간 큰 길 위에
넘치는 광장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불켜진 램프 위에
불꺼진 램프 위에
모여앉은 나의 가족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둘로 쪼갠 과일 위에
거울과 나의 방 위에
빈 조개껍질 내 침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게걸스럽고 귀여운 나의 강아지 위에
그의 곤두선 양쪽 귀 위에
그의 뒤뚱거리는 발걸음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 門의 발판 위에
낯익은 물건 위에
축복된 불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균형잡힌 모든 육체 위에
내 친구들의 이마 위에
건네는 모든 손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놀라운 소식이 담긴 窓가에
긴장된 입술 위에
침묵을 초월한 곳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파괴된 내 안식처 위에
무너진 내 燈帶불 위에
내 권태의 벽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욕망 없는 不在 위에
벌거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회복된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일생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自由여.

 

 

- 폴 엘뤼아르, p 54-59. <이곳에 살기 위하여>, 민음사시인선, 1987

 

 

 

- 원래 이 詩의 제목은 <단 하나의 생각> 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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