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4일 목요일

우아한 세계 - 결국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


 
감독 : 한재림
출연 : 송강호, 박지영, 오달수, 윤재문
개봉 : 2007년 4월 5일
 
세계가 우아하단다. 송강호가 조폭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의 '세계'가 우아하다고 말한다. [연애의 목적] 통해서 선생님들의 sex life에 대한 지나치게 솔직한 묘사로 적잖은 혹평을 들어야만 했던 한재림 감독은 자신의 두번째 영화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도를 보여준다. 우리들이 말안해도 대충 알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생활의 한 자락을 슬쩍 들춰 보이는 것이다. [우아한 세계]에서 우리는 이제는 나이먹어 슬슬 등 뒤가 무서워지기 시작하는 조폭의 삶과 대한민국에서 가장으로서 살아남는 것을 함께 겹쳐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조폭과 가부장은 하나도 다를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가부장과 조폭. 이 둘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으로서의 삶. 그것을 둘러싼 풍경들이 대동소이하다는 이야기다. 껄껄하는 웃음이 터져나오지는 않지만 헛헛한 실소의 결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짠하게 젖어 들어오는 에피소드들을 조리있게 구성한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다.
 
송강호는 솜씨 좋은 이야기꾼이 다양한 재능을 풀어내듯 데뷔 이후 꾸준히 쌓아온 연기스타일을 이 영화에서 집약해서 보여준다. 마치 예측 불가능한 산간 지방의 기후 변화 처럼 한 화면내에서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으로 이어지는 송강호의 감정변화를 보는 것 만으로도 본전은 건진 것일것이다. 웃는 낮으로 '연장'을 담글 수 있는 잔인한 긴장감과 어느새 자식낳아 기르다 보니 좀 데만데만해진 대한민국 중년남성의 사람 좋을것 같은 얼굴의 기묘한 동거. 그런데 어떤 장면은 마치 [복수는 나의 것] 한 장면을 가져온 것 같고 또 어느 장면은 [YMCA 야구단]을 통째로 들고 들어온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게으른 복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 끝이 좀 이상하다. 결국 형기를 마친 조폭은 기러기 아빠가 된다. 마치 불필요한 후렴구처럼 붙어있는 이 장면에서, 혼자 남겨진 강인구에게 조기 유학을 나간 아들과 딸, 아내가 비디오 테잎을 보내온다. '동생'들을 호령하던 당당한 조폭 간부 강인구는 커다란 와이드 TV 앞에 앉아 라면을 먹으며 그것을 본다. 헤벌레 웃음을 흘리며 화면을 보던 그는 질끔거리며 흐느끼기 시작한다. 그는 혼자 라면을 먹고 있는데 화면속 멀리 떨어진 아내와 딸, 아들은 그가 생전 못 가본 곳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삶을 살고 있다. 화면 속의 그들은 화사하게 웃고 있다. 그들은 '저기'에 있고, 그는 '여기'에 있다. 화면 정중앙에 강인구를 두고, 그의 얼굴과 그가 보는 것을 친절하게 다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이 장면은 그런데 이상하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그럴 줄 알았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강인구는 라면그릇을 내던진다. 고슬거리는 라면 면발이 사방에 날린다. 칼질에 총질을 해서라도 들어와 살기를 소망했던 집안에는 지금 아무도 없다. 그는 혼자다. 화면 밖으로 사라졌던 그는 검은 '비니루'와 걸레를 들고와 자신이 엎지른 라면과 깨진 그릇을 치우기 시작한다. 어디서든 흔히 만날 수 있는 중년 남성의 투실한 뱃살과 긴장감이 적당히 서려 있는 장단지가 드러나는 반바지를 입은 그는 다시 성질을 부리며 걸레를 내던진다. 여기서 영화는 끝난다. 이것이 대한민국 가장의 모습이라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이렇게라도 해서 살아야만 해야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 어느쪽에도 방점은 찍혀지지 않는다. 그렇다.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인 것이다.
 



댓글 2개:

  1. 저는 저 결말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주인공이 그토록 원했던 것이 사실은 이렇게 허무한 것이다.

    제가 받아들인 결론이었습니다.



    뭐 송강호 아자씨의 멋진 연기 덕분에 그럭저럭 볼만했던 깡패영화였다 라고 기억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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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인공 뿐만 아니라, 우리들 모두에게 허망한 것들.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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