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폐지를 막는 것이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는 논리에, 나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소비자의 진정한 권리는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만들어진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약속을 얻어내는 것이다. 인터넷 서점의 할인 정책이 초기에는 충격이 될 수 있었겠지만, 어차피 출판사들이라고 그냥 손 놓고 당하지는 않는다. 할인 폭만큼 책값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은 왠만한 책은 만원 이상은 있어야 구입할 수 있다. 그럼 이런 피해는 누구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가? 소비자가 저렴하게 구입할 자신의 권리를 지키겠다고 해도, 그게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원짜리 책 한권에 10 %, 천원을 할인받는다 했을 때, 열 권이면 만원이다. 물론 만원이 작은 돈이 아니다. 십시 일반이라고, 만원이 열 번 모이면 십만원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계산은 그저 개인의 탐욕을 부추기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은가? 내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천원이 모여서 백만원이 되고, 천만원이되고, 몇 억원이 되어서 좀 더 건강한 도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면? 다른 글에서도 잠간 언급했듯이, 적립금의 사용처를 마치 네이버 콩 기부를 하듯이, 소비자가 선택해서 기부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어떨까.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인터넷 서점의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기금을 만들수도 있는 것이고, 이렇게 모인 돈으로 출판 지원 기금 같은 것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정말 제대로 된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에게 소비자의 이름으로 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이 소중한 일이고, 소중한 경험일진데, 정작 책을 구입할 때에는 아주 작고 개인적인 탐욕에 우리는 종종 휘둘린다. 인터넷 서점들은 문광부에서 폐지/수정하려는 정가제 법안에 대해 '소비자의 권리'를 이유로 반대를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책 값이 좀 더 값지게 쓰여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어떨까.
2010년 3월 1일 월요일
소비자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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