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9일 화요일

봄 눈



내가살았던도시에서는해마다봄이되면
집이무너졌다동그랗게웅크린초식동물
의내장처럼온몸을잔뜩구부리고잠이들
었던사람들은창백한옆구리를차갑고냉
냉한아침햇살에고스란히드러내곤했다.
 
벽이무너지거나누구집네담장이넘어갔
다는소문같은것들은개나리꽃덤불이내
지르는작고낮은환호성처럼좁고울퉁불
퉁한골목길을타고온동네로퍼져나갔다.

 
무너진벽이나담장같은것들은금새다시
세워졌는데제대로굳지않은모르타르는
아직마르지않은바닷내음을방안까지몰
고돌아왔고그런날마다식구들은회색파
도가잔뜩일어서거나파도에도씻겨지지
않는발자욱을남기면서끝도없는해변에
서길을잃는꿈을꾸곤했다.
 
그해봄에새로태어난아이들은제일먼저
그것을집이라고부르는법을배우면서자
라났다때로는바람에날려온민들레씨앗
이밤사이몰래내린눈처럼용케녹지도않
고그다음해겨울을지내고꽃을틔운적도
있었다.
 
그리고
 
가끔생각난것처럼정말로눈발도날렸다
골목을달려내려가는꼬마들이땀이배어
나는것도모른채손에들고있었던똑하고
부러트린민들레머리처럼바람에대책없
이무심하고가볍게흩날리던,
 
봄눈같은것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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