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물었다. 영화 감독 한 명만 꼽는다면 누구야? 갑작스런 질문이었는데, 너무 당연하게 구스 반 산트의 이름이 내 입에서 나왔다. 나도 놀랐다. 구스 반 산트라니. 그런데 생각해 보니,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나는 홀린 것 처럼 그의 영화를 찾아 보았다. 처음 시작은 <엘리펀트 Elephant>였다. 콜럼바인 총격 사건을 다룬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구스반 산트가 죽음에 대해 또 찍은 영화가 있다는 정보를 접했다. 그 영화가 <게리 Gerry>다. 두 남자가 사막으로 들어가 한 사람은 죽(임을 당하)고 한 사람은 살아 나온다는 간단한 이야기인 이 영화는 여러모로 <엘리펀트>와 짝을 이루는 영화였다. 설명할 수 는 없었지만, 구스 반 산트가 집중하는 죽음이라는 주제가 나를 끌어당겼다. 그 뒤에 만들어진 <라스트 데이즈 Last Days>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영화는 작년에 수입되었다는데, 지금 정부의 촛불 알러지가 상상을 초월하는 관계로 개봉을 미루고 있다는, 왠지 납득이 되는 카더라 통신이 있었고, 아카데미 수상을 맞추서 개봉할 것이라는 조금은 논리적인 듯한 소문도 있었다. 나는 촛불 알러지 때문이라는 쪽을 더 믿는 편이다. 좀 유난스러워야지.
여하튼 개봉된 <밀크>를 보았다.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쿨하게 사는게 좋다고는 하지만, 스폰지 하우스는 멀쩡한 4:3 비율의 영화를 1.85 : 1 로 아래위 다 잘라내고 상영했던 전적이 있었던지라, (게다가 그에 대한 변명도 지금의 영진위 만큼이나 무책임하고 촌스러운 수준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먼저 한 일은 IMDB 를 뒤져서 이 영화의 화면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게리>, <엘리펀트>, <라스트 데이즈>가 케이블 채널인 HBO의 제작지원을 받은 관계로 4:3 으로 촬영되었고, 아마도 그 때 나름대로 4:3 화면비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는지 그 다음 작품인 <파라노이드 파크 Pranoid Park>도 4:3 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의 화면을 가득 채우는 소년의 클로즈업은 성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내심 <밀크>도 하비 밀크라는 게이 운동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만큼 역시 4:3 으로 찍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사실 <파라노이드 파크>를 보면서 공공연히 커밍 아웃한 게이 감독이 이제는 미소년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가득한 탐미적인 자신만의 세계로 퇴장하려고 준비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한 상상을 했다. 이 영화는 의도하지 않은 살인을 저지른 소년이 자신의 세계에 균열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 순간, 소년에서 어른의 세계로 건너가는 바로 그 문턱 앞에서 멈춰선다. 흔히 '죽음 3 부작' 이라는 앞의 세 작품들에 대한 아주 멀리 떨어진 고별사 같은 것이 이 영화가 아닐까를 생각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 다음, 구스 반 산트는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를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 의문에 대한 답을 <Milk>에서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2010년 2월 28일 일요일
Milk - 짧은 감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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