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일 화요일

설겆이



설겆이
 
 

얼음처럼 뜨거운 물에 얼굴을 담궈두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입술이 한 꺼풀 벗겨졌다 못된 상처처럼 갈라져버린 눈꺼풀도 떨어졌다 겨우내 얄팍한 장사밑천으로 감춰두었던 세치 혀도 내친김에 잘라버렸다 빨갛고 투명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얼음처럼 뜨거운 물속에 겨울 석양처럼 차겁고 황홀한 꽃이 피었다 강물을 따라 떠내려 가던 해파리처럼 물에 불어 흐느적 거리던 얼굴은 건져서 물기를 쪽 빼주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힘껏 비틀어 주었다 다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힘껏 비틀어 주었다 덕분에 거칠게 자라난 수염들 사이에 둥지를 틀었던 어제의 기억들이 모조리 쫒겨났다 물기가 빠져 주름이 잔뜩 져버린 얼굴은 다시 탈탈 털어 행주 옆에 같이 널어 두었다 계절이 바뀌어도 꺼내는 것을 잊어버린 두꺼운 스웨터처럼 겨울밤은 길고 건조했다 다시 짧은 우기처럼 잠이 찾아왔다 아직 덜 마른 행주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시간이 안개처럼 밤의 낭하를 따라 끝도없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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