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5일 금요일

점박이 눈

 

점박이 눈

 


한 귀퉁이

꿈나라의

한 귀퉁이

 


- 金宗三의 「꿈속의 나라」

  故 金宗三을 위하여

 

 

 

그대 세상 뜨고

길음 聖堂 안팎의 늦추위

점박이 눈이 내리고

 

길음 市場의 생선가게들을 지나

목판 위에서 눈 껌벅이는

(자세히 보면 껌벅이지 않는)

모두 입벌린

(한꺼번에 숨막혀 죽은)

생선들을 지나

얼어 있는 언덕을 올랐다


점박이 눈이 내렸다

가늘게 검정테 두르고

가운데 흰 점 박힌 눈송이들

머리와 어깨에 쌓였다


성당 정문에서 千祥炳 씨 부인과 인사 나눴을 뿐

文學판 사람들은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

(“그들은 그때 어디 있었는가, 오우버 ?”

“프라이버시 침해하지 말라, 오우버.”)

낯선 文學靑年 하나가

눈맞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사진에서 뵌 선생님이시죠 ?

저는 金宗三 시인을 사랑한 놈입니다

발자국을 따르다 보니

예서 그만 끝이군요

앞으로 무슨 맛에 살죠 ?“

내 장례식에 혹시

이런 허황되고 멋진 청년이 올까?

(온다면 깊이 잠들기 힘들리)

기억하는가, 金宗三,

그대 홀로 헤매고 다닌 인수봉 골짜기

비 갓 갠 검은 냇물 위에

환히 맴돌던 낙엽 한 장을 ?

그 몇 바퀴의 삶을 ?


그대 장례식의 이 어두운 골짜기 같은

이 황당함, 이 답답함


영결미사가 시작되고

합창이 막을 열었다

신부님이 종을 흔들자

그대는 하느님의 이상한 아들이 되어 신발 한 짝 끌고

聖歌 속에 잠시잠시

숨었다 나타났다 했다

몰래 따라 들어가 보면

그대는 막 출발하는 버스에 매달렸다

신문지 말아 감춘 진로병을 가슴에 안고


눈이 껌벅여지지 않았다

추위 때문인가

입을 벌려도 숨이 답답했다

(마음이 얼얼하면

몸 속이 환해지리)

그대 탄 버스 앞길에 자욱이 내리는 눈

점박이 눈이었다.

 

 

 

- 황동규 <악어를 조심하라고?>, 문학과 지성사, 1986

 

 

 

댓글 3개:

  1. 길음시장이라...

    제가 그 길음시장 통에서 컸거든요. =)

    그런데 그 길음시장이 아직도 있을까요?



    길음시장 언저리에서 김종삼 선생 이후에 또한명의 별이 졌는데

    소설가 김소진 씨였지요. 길음동 소설가였죠...

    길음동 시인, 길음동 소설가. 그리고 길음시장 악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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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시 읽고서 길음시장을 물어물어 찾아가던 생각납니다. 예전 모습 그대로라면 모르지만, 그래도 아직 길음시장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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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레드폭스님..김소진씨가 그쪽이었군요..몇몇 친구들이 그의 써클후배라 추억이 많더군요..후배들 자취방에 통닭 소주 사와서 그대로 취해서 자곤했다는 그런 낭만적 얘기들.

    -몇몇 표현들이 황지우선생이 추모시에 잘 쓰는 표현같아서 그인가 했네요. 황동규시인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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