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 눈
한 귀퉁이
꿈나라의
한 귀퉁이
- 金宗三의 「꿈속의 나라」
故 金宗三을 위하여
그대 세상 뜨고
길음 聖堂 안팎의 늦추위
점박이 눈이 내리고
길음 市場의 생선가게들을 지나
목판 위에서 눈 껌벅이는
(자세히 보면 껌벅이지 않는)
모두 입벌린
(한꺼번에 숨막혀 죽은)
생선들을 지나
얼어 있는 언덕을 올랐다
점박이 눈이 내렸다
가늘게 검정테 두르고
가운데 흰 점 박힌 눈송이들
머리와 어깨에 쌓였다
성당 정문에서 千祥炳 씨 부인과 인사 나눴을 뿐
文學판 사람들은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
(“그들은 그때 어디 있었는가, 오우버 ?”
“프라이버시 침해하지 말라, 오우버.”)
낯선 文學靑年 하나가
눈맞은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사진에서 뵌 선생님이시죠 ?
저는 金宗三 시인을 사랑한 놈입니다
발자국을 따르다 보니
예서 그만 끝이군요
앞으로 무슨 맛에 살죠 ?“
내 장례식에 혹시
이런 허황되고 멋진 청년이 올까?
(온다면 깊이 잠들기 힘들리)
기억하는가, 金宗三,
그대 홀로 헤매고 다닌 인수봉 골짜기
비 갓 갠 검은 냇물 위에
환히 맴돌던 낙엽 한 장을 ?
그 몇 바퀴의 삶을 ?
그대 장례식의 이 어두운 골짜기 같은
이 황당함, 이 답답함
영결미사가 시작되고
합창이 막을 열었다
신부님이 종을 흔들자
그대는 하느님의 이상한 아들이 되어 신발 한 짝 끌고
聖歌 속에 잠시잠시
숨었다 나타났다 했다
몰래 따라 들어가 보면
그대는 막 출발하는 버스에 매달렸다
신문지 말아 감춘 진로병을 가슴에 안고
눈이 껌벅여지지 않았다
추위 때문인가
입을 벌려도 숨이 답답했다
(마음이 얼얼하면
몸 속이 환해지리)
그대 탄 버스 앞길에 자욱이 내리는 눈
점박이 눈이었다.
- 황동규 <악어를 조심하라고?>, 문학과 지성사, 1986
길음시장이라...
답글삭제제가 그 길음시장 통에서 컸거든요. =)
그런데 그 길음시장이 아직도 있을까요?
길음시장 언저리에서 김종삼 선생 이후에 또한명의 별이 졌는데
소설가 김소진 씨였지요. 길음동 소설가였죠...
길음동 시인, 길음동 소설가. 그리고 길음시장 악동들.
이 시 읽고서 길음시장을 물어물어 찾아가던 생각납니다. 예전 모습 그대로라면 모르지만, 그래도 아직 길음시장은 있습니다. :)
답글삭제-레드폭스님..김소진씨가 그쪽이었군요..몇몇 친구들이 그의 써클후배라 추억이 많더군요..후배들 자취방에 통닭 소주 사와서 그대로 취해서 자곤했다는 그런 낭만적 얘기들.
답글삭제-몇몇 표현들이 황지우선생이 추모시에 잘 쓰는 표현같아서 그인가 했네요. 황동규시인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