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8일 금요일

<전우치> 단평

 

 

 

개인적으로, 홍길동전보다는 전우치전의 이야기를 더 좋아했다. 홍길동전은 뭔가 좀 사무친 느낌이 있어서 꿉꿉한 이야기로 기억에 남아 있다면, 최고 권력자인 왕을 농락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통쾌하고 유쾌한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동훈의 <전우치>를 기대했고, 결과는 만족 스러웠다.

'이야기와 만듬새가 얼기설기 부족하다'는, 시사회 직후 흘러나온 불평은 별로 맞는 말이 아니다. 이들은 최동훈 영화의 특성을 이해 못했거나, 그 전의 영화들을 오독한 것이다. 최동훈이 언제 이야기를 잘 만들었던가. 최동훈 영화의 이야기는 장면들을 논리적으로 붙이기 위한 최소한의 모르타르 mortar 같은 것이다. 그의 영화의 쾌락은 숏과 신들의 충돌이 빚어내는 시청각적 즐거움에 있다. 여기에 합이 좋은 배우들의 연기와 멋진 캐릭터의 묘사는 양념이다.

물론, <전우치>를 소위 말하는 '웰메이드' 영화라고는 보지 않는다. (나는 '웰메이드라'는 말 자체가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범죄의 재구성>도, <타짜>도 그렇듯이 최동훈의 영화는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만든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적어도 전작 두 작품은 그러했다. 쇼트와 신의 순수한 운동감을 이렇게까지 잘 포착하는 감독이 또 있었을까?

그리고 강동원,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떤 종류의 마력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배우의 영역을 연기에 한정한다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강동원은 배우로서 연기를 할때 가장 어색하다. 마찬가지로, 강동원의 연기를 보려고 작정했을 때, 우리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가령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같은 경우.

명민한 최동훈은 강동원에게서 연기라는 '봉인'을 떼어 버린다. 마치 전우치가 족자 속에서 풀려 나듯이. 나는 그것이 최동훈이 <전우치>를 촬영하면서 가장 잘한 결정direction중의 하나라고 본다. 강동원은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가 아닌, (고전적인) 시네마틱이라는 의미에서 볼 때 가장 배우다운 사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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