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6일 일요일

풍자와 여유

'이런 때 너는 그런 말이 나오냐?'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몇 번 있다. 남들 심각한데 혼자 여유있는 것 같아서 재수 없고 기분 나쁘다는 소리도 들어봤다. (다른이의 시선으로 보기에) 눈치 없는 행동을 했었다는 것.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렇게 된통 데이고도, 나는 아직도 풍자와 유머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쪽이다. 너무 심각하게 사태를 보다가 진짜로 봐야 할 것, 생각해야 할 것,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하고, 결국엔 사태를 더 악화 시킬 수도 있다.

얼마전에 꽤 재미있게 봤던 <도서관 전쟁>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이 작품 속에는 '미디어 양화법'이라는 것이 나온다. 그 내용은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표현을 (사전) 감독'하는 법안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다. 어쩌면 한나라당 의원중에 NT 노블의 열혈 독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 작품속에서 '양화대'(일종의 검열단)의 무력 검열에 대항해서 '도서대'라는 단체가 맞선다. 한 마디로, 책을 지키기위해 무장도 불사한 단체다. 좀 뭔가 SF적인 느낌이 드는 설정이지만, 그게 묘하게 현실과 맞물리는 부분도 있다. 중간의 에피소드를 보면, 미디어 양화법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리는데 그 중에 한 작품이 양화대를 풍자하는 (사실은 조롱하는) 내용의 설치 작품이라는 이유로, 전시회의 폐쇄와 작품의 철거를 양화대가 요구한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도서대와 양화대는 일전을 불사하게 된다. (실제로 총과 수류탄으로 전투를 벌인다.)

지금 광주에서는 그야말로 '소설같은 일', '만화같은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4 대강 사업을 풍자한 내용의 '삽질 공화국'이라는 설치 작품을 철거 할 것을 무려 국정원에서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철거이유는 '공공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 일은 이명박이 광주에 들르기로 한 전날 벌어졌다고 한다. 현재는 이명박이 들렀던 하루만 전시가 중단되었고, 다시 전시가 재개된 상태라고 한다. 그러니까 가카께서 보시지 못하도록 눈가리고 아웅한 꼴이 된 것이다.

도대체 그깟 삽 한자루가 해칠 수 있는 공공의 질서가 무엇인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우연히라도 가카께서 친히 관람하시고 격노 하시어 미술관에서 깽판을 부리는 바람에 다른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까봐 ? 까짓거 웃고 넘어가도 될 일이다. 풍자는 풍자일 뿐. 그게 대인배의 풍모에 더 어울릴 것이다. 그런데도 밑에서 알아서 설설 기느라 대한민국 전국토가 다 깨끗해질 노릇이다. 얼마나 닦아 댔으면.

점쟁이 노릇 함 해 볼까? 저 삽자루 공화국의 작가는, 앞으로 전시회는 커녕, 어디서 강사자리 하나 얻기도 힘들 것이라는 것에 백원건다. 쫄리면 뒤지시던가.

p.s 근데 웃긴게 이명박이 화를 내면 조중동은 꼭 '격노'라는 표현을 선택한다. 꼭 무슨 서로 약속하고 'MB 정권 표준 기사 규약'이라도 지키는 것 같다. 격노는 무슨 격노야. 지가 무슨 왕이야. 웃겨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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