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8일 수요일

잘려진 세계, 그 바깥으로 부터의 시선


Edward Hopper의 그림에 관한 짧은 노트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Night Hawks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이야기 하기 위해선 르네 마그리뜨Rene Magritte의 빛의 제국 I(1954) 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빛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은 매혹적이다. 특히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이러한 공간들은 거의 마법의 순간같다. 해가 지고, 어둠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밤과 낮이 자리를 바꾼다. 서서히, 그러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매직 아워'라고도 한다. 또는 프랑스에서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한다. 숨을 죽인채 영원같은 시간동안 그 앞에서 나는, 멈춰 버린다. 몸의 모든 고동과 호흡이 느려진다. 머리는 생각하기를 멈춘다.

이제는 많이 사라졌지만, 길거리 공중전화의 샛노란 전구 빛 속의 공간이 있다. 아주 오래전, 나는 이 곳에서 내 사랑을 기다릴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핸드폰도 없었던 그 시절, 공중전화 박스에서 동전을 넣고, 행여나 번호가 틀리지 않기를 조심하면서 꾹꾹 번호판을 눌렀다. 충분한 참을성을 가지고 신호가 떨어지길 기다려 내가 여기 있음을.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음을 말했다. 생각 난 것처럼 눈이 내렸다. 입김이 공기중에서 송글 맺히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 빛 속은 따뜻했다. 심장이 두근 두근 천천히 뛰고 있었다.

마그리뜨나 호퍼가 묘사하는 빛의 공간은 서정적이거나 감성적인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마그리뜨의 공간이 모든 언어적 사유를 무력화 시키는 매혹의 공간이라면, 호퍼는 빛이 만들어내는 면을 통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축 한다.

호퍼 작품의 첫인상은 건조함과 낯설음이다. 호퍼는 광원을 복합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대부분 한 방향에서 들어온 광원을 스트레이트하게 잡아낸다. 호퍼의 그림은 마치 빛으로 날카롭게 잘려진 세계의 건조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너무 빠르게 잘려서 피가 흐르지 않는 상채기. 호퍼의 그림이 정서적으로 외로움의 감정을 유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는 잘려진채로 눈앞에 던져진다. 대상이, 세계가 '저 곳에' 있고, 나는 '여기에' 있다. 그림을 그린이는 세계 바깥의 구경꾼으로서, 국외자로서 남겨진다.

- 빔 벤더스Wim Wenders의 <돈 컴 노킹, Don't Come Knocking, 2005>가 호퍼의 회화를 영화적으로 재구성 해 냈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비록 흑백 영화이지만 호퍼의 회화는 피터 보그나도비치의 1971 년작 <마지막 영화관, The Last Picture Show>의 정서와 더 가깝게 닿아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에 더 자세히 써 봐야겠다.



댓글 2개:

  1. 에드워드 호퍼 그림 좋아요.

    한참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 사람들이 아주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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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곰 - 2009/10/28 16:57
    이사람 자화상 참 좋죠.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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