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건물은 요즘 이것저것 공사중이다. 아주 오래된 건물은 아니지만, 여름에 누수 때문에 정전 사고가 두번이나 일어났고, 자잘한 문제가 발견된 탓인지 연일 건물에서 공사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로비로 들어서면 비계로 얽기섥기 올려서 작업대가 만들어져 있다. 그 위에서 1900 년대 초반 태생의 수염 덥수룩한 화가가 프레스코 벽화를 그리고 있을것만 같아서 자꾸만 올려다 보게 된다.
사무실이 있는 대학로에도 이리저리 공사가 진행중이다. 대학로에 시냇물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물론 원래 있는 물길을 산에서부터 끌어오는 것은 아니다. 그 정도로 제대로 된 머리를 가진 인간들은 아니다. 그냥 수돗물을 흘러 보내서 냇가 비슷한 환경을 꾸미겠다는 것이다. 이것도 오세훈 시장의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일환인지 모르겠다. 그냥 청계천 비슷한 수족관을 대학로에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어떻게 모양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기능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했던 스티브 잡스의 말을 둘도 없는 명언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지금의 '디자인 수도 서울' 이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그냥 우습기만하다.
일백프로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영국산 제품들의 디자인은 어찌보면 우직하기도 하고, 촌스럽기까지하다. 그러나 이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용도가 눈에 딱 띄는 디자인은 영국산 제품 디자인의 강점이다. '핫'하고 '엣지'있는 것에 집착하는 요즘 시대에는 깐깐한 고집마저 느껴질 정도다. 이런 디자인 감각은 그저 구호나 캠페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살아 왔는가, 살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이 되기도한다.
정말로 '오세훈의 서울'의 디자인은 최악이다. 혜화역 나와서 바로 있는 환기구 구조물에는 원목으로 된 패널이 새로 붙여졌다. 기존의 구조물에는 대리석 패널이 붙어 있었는데, 아마도 요즘의 녹색, 친환경 어쩌구 하는 트렌드에 따라서 나무 소재로 바꾼것 같다. 그런데 기가막히게도, 기존의 대리석 패널을 떼어내고 나서 마감을 한 후에 나무 소재를 올린 것이 아니라, 흉하게 파여진 위에 그냥 철제 프레임 덧대고, 그 위에 나무로 마감을 한 것이다. 당연히 거칠게 마감도 되지 않은 콘크리트는 그냥 훤히 들여다 보인다. 시간에 쫒겨서 마무리 해버린 흔적이 역력하다. 벌써 프레임과 구조물 사이의 '공간'에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가득하다. 오세훈이 생각한 기능이상의 '공공 쓰레기통으로서의 기능'을 열심히 수행중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이 되는 것'이라면 지금 서울 시내 곳곳에서 목격되는 우리들 삶의 모습은 정말로 끔찍하다. 눈 앞의 것들을 가리고, 덧칠하고, 위장하기에 급급하다. 근본적인 진단과 이해 없이 것모습만 꾸미기에 바쁜, 그렇게 내몰리고 있는 우리들의 삶이 과연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 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합당한 것일까. 어느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혹은 하게 되는 것일까.
2009년 9월 23일 수요일
낡은것들, 낡아 가는 것들, 혹은 낡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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