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6일 일요일

[타워] 어디에나 있는, 그러나 이 땅 위에서만 가능한 농담.

타워타워 - 10점
배명훈 지음/오멜라스(웅진)



장편 소설인줄 알았는데, 연작 소설이었다. 674 층의 초고층 '타워 도시국가'인 빈스토크Beanstalk에 관한 소설 <타워> 말이다. 좀 더 촘촘한 이야기로 생각했는데, 권투로 치자면 펀치가 묵직한 인파이터 스타일을 대비했는데, 스텝이 날렵한 아웃 복서 스타일을 링 위에서 만난 느낌이랄까.

<타워>는 굉장히 보편 타당하면서, 동시에 특수한 내용의 소설이다. 이제는 알려질대로 알려진 권력의 속성을 재치 넘치는 필치를 통해 풀어가지만, 동시에 현재의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기시감 같은 것이랄까. 2008 년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당시에 시위대를 진압하는 전경들을 보면서 고대 보병 전술을 시위에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했던것이 나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심각해지면 지는거다' 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요즘에는 '심각해지면 잡혀간다'로 바꿔도 될 만큼, 말 좀 편안하게, 맘대로 할만한 시대가 아닌것 같다. 요즘은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런 '풍자 소설'을 그나마 안심하고 읽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모로 이 소설의 풍자 감각은 최고다. 조금 옮겨 적어 보자면 이런 식이다.


"아 진짜, 황 박사님. 그렇다고 이런 걸 사 오시면 우리 꼴이 우스워지잖아요. 몰약沒藥은 좀. 그거 때문에 우리 선물까지 이상해지 잖아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금반지랑 향수랑 몰약이 뭐예요. 게다가 박사가 세 명이야.." - 첫 번째 이야기,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 중에서.

이 책을 읽기 바로 전에 테리 프래쳇과 닐 게이먼이 함께 쓴 <멋진 징조들 Good Omens>를 읽었다. 다음 읽을 책으로는 배명진의 <타워>가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두 작품 모두 SF 소설이어서가 아니다. 사실, 배명진의 <타워>를 SF 소설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는 생각이 다르다. 이 소설은 아픈 농담 같은 소설이다. 푸하하 큭큭큭 웃지만, 하아... XX(자체검열) 그게 내 이야기야. 하게 되는 그런 농담 말이다.

P.S 근데 '광장의 아미타불' 에피소드는 에미넴의 노래 'Stan'의 형식을 차용한 것 아닌가 싶다. 표절이니 어쩌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절묘하고 재밌다는 말이다.



http://slowland.textcube.com2009-08-16T13:40:53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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