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0일 목요일

이명세의 M 에 관한 짧은 노트

 

영화의 이미지는 필름의 기억이다. 다시 말해서, 영화의 연속되는 이미지들은 필름의 불연속적인 기억들이다. 여기서 기억들은 기억-들로 띄어 읽을 수 있다. 이 기억들은 단일한 하나의 (군체로서의) 기억이면서 동시에 불연속적으로 흩어지고 다시 모이기를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나의 현상으로서 기억-들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명세의 신작 <M>은 기억에 관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첫사랑의) 기억에 관한 영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첫사랑’이 아니라 기억한다는 행동이다. ‘행위’가 아니라 행동이다. 사변으로서의, 의식의 움직임으로서의 행위가 아닌, 하나의 존재가 공간과 시간 속에서 운동하게 되는 행동이다. 기억은 존재를 구축한다. 현재는 기억이라는 행동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 초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에서 만난 성우(임원희)와 민우는 장난처럼, 혹은 진담처럼 서로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기억은 한 존재의 정체성을 구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체하기도 한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나’라고 말한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당신은 ‘기억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울 속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당신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동일한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동일성은 망각과 같은 축을 공유하는 기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기억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망각이 선행되어야 한다. 맨 먼저 망각을 깨달아야만 한다. 영화 속에서 민우(강동원)가 어렴풋이 자신을 뒤 쫒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느낀 그 순간, 그를 둘러싼 공간은 무정형적인 망각의 이미지들이 교차되는 공간으로 변형된다. 그가 누군가의, 혹은 무엇인가의 존재를 느낀 그 순간부터, 영화 속의 시간과 공간은 중첩되고 되풀이 되면서 변주된다. 출판사 직원과 만나는 횟집의 벽의 창, 혹은 액자는 다른 방을 비추면서 동시에 내부를 바깥으로, 다시 바깥을 내부로 불러들인다. 이 단순한 치환을 통해 시간은 되풀이 되거나, 행동들이 되풀이 된다. 민우의  집은 중첩되고 흐릿한 반영의 이미지들로 이루어졌다. 하나의 넓은 공간을 구획하는 것은 투명하지 않은, 그 위에 반영을 비추면서 그 너머의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흐릿하게 투영하는 유리벽들이다. 이 공간들을 가로지를 때, 민우는, 혹은 미미는, 혹은 은혜는, 그림자이면서 서로를 비추는 ‘어두운 거울’처럼 변형된다.

 

이 영화를 두고 단순한 내러티브를 중언부언,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한다고 불평하는 것은, 이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기억해요?’라는 대사가 나오고 있는데도 이 영화가 기억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척 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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