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배명훈의 <타워>를 끝내고 간단한 독서 후기를 쓰고, 계속해서 다른 소설들을 읽어 나갈 것인지, 아니면 조금 호흡을 길게 끌어서 인문학 쪽으로 방향을 틀것인지 살짝 고민, 결정은 조르쥬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로 낙점.
- '인문학' 이라니 일주일에 2-3 권의 인문학 서적을 읽어야 어디가서 방구라도 낄 만한 '지적수준'이 되는거라고 일갈하신 어떤 분이 생각난다. 목욕을 하고 난 후 소장을 쓸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데. 내 보기엔 그 순간 이 분은 엑스타시를 느끼시는 것 같다.
- 이 사람보면 하루키 소설에서 런던 타워 사진을 보며 자위를 하는 (런던 타워인지 어딘지는 책을 읽은지 기억이 멀어서 불분명) 캐릭터가 생각난다. 그런데, 그 캐릭터는 귀엽고 순진한 구석이라도 있지. 넓은 이마에 꼬불거리는 앞 머리와 노려보는 듯 위로 치뜬 눈은 암만봐도 평범한 신진대사가 일어나는 인간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 이 분을 놓고서, '아젠다 설정 능력이 비범하다'고 좋게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냥 어디에 이름 석자를 꾸겨 박아야 하는지 잘 아는 생존 본능일 뿐이다. 그것도 아주 더러운. 그러니까, 그냥 개새끼란 말. 서울대 나오고 학력이 좋으면 뭐하나. 하는 짓이 찌질하고 더러운데.
- 이런 종자들 치고 소위 '스펙' 안 따지는 놈들 없더라. 지들이 믿을게 그거 밖에 없거든.
- 물론 주어는 없'읍'니다. (아 씨바 비겁해)
여하튼, 본론으로 들어와서. 책을 읽을 때 역자 서문이나, 해설 같은 것은 잘 읽지 않는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알면 아는대로. 서문이나 해설을 읽으면 왠지 훈수를 '당하는 것' 같아서 그러는 것 같은데, 당장은 잘 모르던 부분들도 마음에 담아 두다 보면 어느 날, 어느 순간 불현듯 개념이 딱 하고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그런 즐거움을 남에게 빼앗기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읽지 않은 서문이나 해설 부분 들만 모아도, 책 몇 십 권은 나오지 않을까. 언제 날 잡아서 읽지 않았던 나머지 부분들을 찾아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아감벤은 여기저기서 '난해하다'고 해서 잔뜩 쫄았었는데, 의외로 술술 잘 읽힌다. 개념 자체는 어려운 것은 맞지만, 말을 어렵지 않게 풀어간다. 이런 책. 이렇게 쓰는 사람 좋다.
ㅎㅎㅎ 저는 서문과 해설을 가장 먼저 읽는 다는!
답글삭제제겐 일종의 학습목표같은 거죠. 님과 같은 방법도 즐겁겠구나 생각했지만, 저는 이미 20년넘게 습관이 된지라... 하여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전화 통화하는 장면에서 해리가 맨 뒷장을 넘기는 장면을 볼 때마다 미친듯이 웃는다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