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cinus
fascinus는 그리스어 phallos를 라틴어로 옮긴 것이다. 그리스어 phallos는 남성의 자지를 의미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phallos / fascinus는 '남근상'을 의미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남성의 몸에 부속되어 있는 기관으로서의 자지가 아닌, 숭배의 대상이며, 젠더적 관점에서의 남성의 '자지'라기 보다는 인문학적이며 신화학적 맥락에서 남근상에 더 가깝다.
'매혹'을 의미하는 fascinatio는 fascinus에서 파생된 단어이기도 하다. 단순하게 정리해 보자면, 외설적인것은 동시에 매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더 정확히 이야기해서, 외설적인 무엇을 바라보는 시선은, 매혹의 감정을 초래한다. 여기에서 '외설'은 도덕적이거나 윤리적 기준에서의 어떤것이 아닌, 그것을 보는이, 그 앞에 서는 이로 하여금 어떤 형태로든 욕망의 움직임, 혹은 전이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어떤 현상을 의미한다.
파시즘 fascism의 기저에는 매혹fascinatio이 반드시 존재한다. 매혹은 종종. 개인의 시선과 사고하는 방식을 단 하나의, 혹은 그렇다고 믿어지는 단일한 어떤 것으로 집단화fascio한다. '결속' 혹은 '집단'을 의미하는 fascio는 이제는 경멸적인 관용어가 되었다. fascio라는 단어가 이렇게 쓰이게 되는 배경에는, (눈에 보이는 것 같지만 실체는 전혀 없는) 집단과 그 집단의 일원이라고 한 치의 의문도 없이 믿고 있는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일종의 환시체계가 존재한다.
개인과 집단. 그 사이에 등호는 성립될 수 없다. 그러나 개인은 종종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것이 얼마만큼의 크기이던, 혹은 어떤 형태이던. 개인이 가지고 있는 '힘'은 집단이라는 이름과 형태로 응집이 가능하다. 그렇게 모여든 개인의 힘은 때로 큰 힘으로 뭉쳐져서 의도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집단의 힘은 그대로 개인에게 전이되거나 허락되지 않는다. 그런데 개인은 '집단의 이름'으로 그 힘의 개인적 전유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 개인과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환시체계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이다.
어떤 집단에나 명분은 존재한다. 이러한 일은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작게는 가족에서부터, 크게는 국가, 종교, 기타등등의 가치를 내걸고 명분은 성립될 수 있다. 명분이란 언제나 중립적인 가치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 명분이 한 개인이나 집단의 이름 안쪽으로 복속 될 수 있다고 믿는 그 순간 발생된다. 예를들어 '정의가 우리에게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정의라는 개념, 혹은 가치체계 자체를 철저히 무시하는, 그 의미를 근본부터 잘 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과 같다.
정의, 혹은 어떤 가치, 어떠한 이상 같은 것들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그 끝. 인간이 가질 수는 없지만, 인간이 그것을 끝내 성취할 수 없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끊임없이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어야 한다. 그것은 눈 앞에 있으면서 손으로는 잡을 수 없는 그 상태로 놓아둘 때, 성립 될 수 있다. 말하자면, 그러한 것들은 계속해서 갱신되어야만 하는 어떤 태도일뿐이다.
진정한 매혹fascinatio이란, 무언가를 보았을 때, 무언가를 느꼈을 때의 그 감정같은 것들이 내 안에 들어와 어떤 울림으로 남겨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본것이, 내가 느낀것이 나로 하여금 어떠한 행동을 하도록 이끌 수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도록 추동하고 있는지 깨달아 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매혹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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