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의 까끌한 혀
서걱이는 새벽잠에서 깨어난 방 한구석
분홍빛의 까끌한 혀가
어둠을 할짝이고 있다
그 혀가 핥고 지나간 어둠의 마디들은
뒷꿈치를 슬쩍들었다가
풀쩍이며 떨어져 내리는
바짝마른 회색 가루로 부서져
완만한 삼각형 언덕을 만들면서 조금씩 쌓인다
봄날 나른한 바람의 등짝을 타고놀던 송화가루처럼
속절없던 시간들이 봉인된
검고 메마른 기억들
나는 알고 있다 그 가루들이 사실은
내 안에 쌓이고 있었다는 것을
슬쩍 가져간 내 손끝을
잠시 멈칫하지만 익숙하게 핥아 올리는
분홍빛의 까끌한 혀에게
익숙치 않은 내 목소리로 말한다.
나도 가루로 만들어주렴.
200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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